[김지성의 페리스코프] 대기업, 투자확대라는 ‘공룡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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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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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성 차장/산업부
(아주경제 김지성 기자)“우리 대기업들은 너무 공룡처럼 성장하고 있다. 눈먼 돈도, 더러운 돈도, 깨끗한 돈도 모두 갖겠다고 한다”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동반성장위원회 정운찬 위원장이 지난 17일 대기업들을 겨냥해 한 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대가 ‘자제’ 돼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대기업들은 사업영역을 크게 확장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위 15대 그룹의 계열사는 3년 전에 비해 207개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비제조 서비스업 부문 계열사가 가장 많이 늘었다. 건설과 부동산 임대업, 교육업, 출판과 영상, 운수 창고업종에 대기업들이 활발히 진출했다.

이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상당부분 포진하고 있는 업종이기도 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발언을 현 정부의 국무총리였던 정운찬 위원장이 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기업의 사업 확장은 현 정부가 지난 2009년 3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를 폐지한 덕분에 활기를 띠게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이다. 출총제는 그 태생이 대기업의 이른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였었다.

이렇게 보면 무대를 만들어 놓고선 여기서 왜 공연을 했냐고 따지는 격이어서 대기업들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현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인 그가 대기업의 투자확대를 통한 사업기회 확장을 ‘공룡과 같은 성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관측에 이르러서는 대기업들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출총제 폐지 후 대기업들의 계열사 확대를 ‘부문별한 사업확장’으로 본 다면, 특히 현 정부가 대기업들에게 어떻게 ‘활발한 투자’를 주문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말 “출총제 규제를 받던 기업들이 그 외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를 더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2008년 말 기준 출총제 규제를 받던 31개 기업 중 설문에 응한 26개 기업의 지난해 투자가 2009년에 비해 평균 19.4%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

전경련측은 이를 “과거 출총제 규제를 받던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계기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올해도 국내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잇따라 밝히고 있다. 10대 그룹의 올해 투자금액만 해도 사상 최대인 1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대기업들의 전체 투자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자본투자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이 올해도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 등을 통해 계열사 내지는 관계사를 늘리게 될 것이란 의미이다.

그래서 동반성장위원회의 출범으로 상징되는 현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대기업들의 '투자확대'와 어떤 모습으로 궁합을 맞춰 나갈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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