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및 과학계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충청권에 이어 광주·경기도·포항·대구·울산·창원 등이 과학벨트 유치에 뛰어들면서 정치·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학계 및 과학계 관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과학벨트 입지 선정에서 정치적 측면에 앞서 과학계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며 “우리 과학과 경제와 산업의 20~30년 후 모습이 여기에 담겨있는 만큼, 기존 과학기술 연구기관과의 연계와 접근성, 세계의 석학과 연구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주거 환경, 부지 확보의 용이성 같은 측면을 놓고 먼저 과학계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 1997년 3조원에서 지난해 13조7000억원으로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SCI 논문수도 1998년 1만645건(세계 18위)에서 2008년에는 3만5569건(12위)으로 상승하는 등 과학기술 성과가 외형적으로 증가했지만 기초과학 역량 부족으로 선진국과 질적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인 국내 SCI 논문 피인용 회수는 평균 3.28회로 세계 30위권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전무한 실정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우리 기초과학 연구를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연구 성과를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2015년까지 3조5000억원을 들여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고, 외국 연구기관과 외국 대학·기업 등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과학벨트의 핵심 사업은 기초과학연구원(6500억원)과 중이온 가속기(4600억원) 설립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경우 대학과 정부출연연, 기업 등이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과학분야, 특히 세계 과학기술계의 난제, 대형 연구장비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 집중하게 된다.
50개 연구단에 걸쳐 모두 3000여명 규모로 운영되는 기초과학연구원은 세계적 수준의 국내외 석학급 연구자가 참여해 국내는 물론 인류에게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신과학지식을 창출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정부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위원을 위촉하는 등 올해까지 연구원 설립 기본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과학벨트의 또 다른 핵심시설은 중이온 가속기를 비롯한 대형 연구시설. 기존 과학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런티어 연구와 실험을 위해 설치되는 중이온 가속기는 신물질 창출, 핵물리 연구, 유전자 및 돌연변이 연구 등에 활용된다.
노벨과학상의 20% 정도는 가속기를 활용한 과학적 발견에 수여됐던 만큼 세계 최고 수준의 제원을 자랑하는 중이온 가속기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질적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 및 과학계는 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이 될 거점지구에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 대형연구시설이 들어서며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등을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해 나갈지 벌써부터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학계 및 과학계는 기초과학의 ‘신속’하고 ‘획기’적인 진흥책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학계 관계자는 “독일의 드레스덴, 프랑스 앙티폴리스, 미국 RTP, 스웨덴 시스타 처럼 과학과 비즈니스가 연계된 세계적 과학도시를 조성해 기초과학을 신속하고 획기적으로 진흥시키고 이를 통해 20-30년 후 먹거리를 창출하자는 것이 과학벨트 조성의 취지”라며 “대학과 기업, 연구시설, 생산시설, 정주환경, 자본 및 비즈니스 등이 결합된 통합형 과학도시로의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의 과열된 유치 경쟁에 정치권의 이해가 얽히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학계 관계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에 대한 갈등이 증폭되면 국가적 사업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며 “세계 산업화에 기여하고 또한 그 가치를 나눌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큰 틀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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