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30나노급 양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수익성 등에 발목이 잡혀 공정 확대를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30나노급 공정개발에 성공 1분기 중 양산을 계획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은 25일 “30나노급 공정은 수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생산성이 40나노급 60% 이상 증가한 만큼 수익성도 이에 비례해야 하지만 오히려 수익성이 낮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산라인에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40나노급 미만 미세공정에서 생산되는 D램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밝혔지만 양산 4개월이 지나도록 30나노급의 비중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술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양산에 돌입했지만 수익성 등을 감안해 그 비중을 확대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30나노급 기술개발은 성공했지만 수율이 낮아서 이를 양산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삼성전자와 비슷한 시기에 미세공정 양산에 돌입했지만 30나노급에서는 크게 뒤처졌다.
경쟁사인 일본 엘피다와 미국 마이크론이 지난해부터 40나노급 공정에 돌입하는데다 30나노급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기술격차가 좁혀질 위기에 처한 것.
최근 D램 가격 하락세 역시 이들 기업의 고민을 가중시킨다. 지난해 5월 2.72달러로 고점을 찍은 1Gb DDR3 D램 고정거래가는 25일 현재 3분의 1 수준인 0.88달러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50나노급 D램이 수익성을 갖추려면 1.2달러 선의 가격이 형성돼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40나노급 역시 수익 마지노선이 1달러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주요 거래선과의 공급 가격이 고정거래가보다 높고, 스페셜티 제품의 비중도 크지만 최근의 가격 하락세라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역시 D램 부문에서 적자를 각오해야 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향후 양사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기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고 공격경영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4일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권오현 사장은 “반도체 가격 반등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올 것”이라며 시황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아울러 “시황에 따라 투자 액수를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올해에만 총 10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반면 하이닉스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하이닉스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수익성이 있는 주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하이닉스 권오철 사장 역시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연간투자 계획보다는 상황에 따른 주 단위의 시나리오 경영에 나서고 있다”고 밝혀 시황이 안 좋을 경우 올해 계획한 3조4000억원의 투자 역시 줄일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이와 관련 장비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장기 주도권을 겨냥해 공격경영을, 하이닉스는 수익성 확보에 중점을 둔 내실경영을 펼치고 있다”며 “그간 하이닉스는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율을 극대화하고 최적화를 통해 삼성과의 격차를 유지해온 만큼 이번 30나노급 미세공정 경쟁도 아직 판가름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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