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리먼 악연'…결국 가라앉은 대한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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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2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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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년 역사 국내4위 선사, 용선료 감당못해 법정관리로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43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 선사인 대한해운이 무너지고 말았다. 대한해운은 지난 2009년 매출액이 2조2793억원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국내 4위 선사이다.

이런 대한해운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직접적인 이유는 매출확대를 위한 무리한 용선(선박을 빌리는 것) 확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한해운의 용선 규모는 15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해운의 최근 3년 동안 사선과 용선으로 구분해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액 중 용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1조6542억원으로 83.9%, 2008년 2조8479억원으로 86.0%, 2009년 1조7628억원으로 77.3%를 기록했다. 용선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70%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즉 대한해운은 화물수송보다는 배를 빌려 마진을 더해 다른 선사들에게 이 배를 또다시 빌려주는 다단계구조의 ‘용대선체인’을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리먼쇼크’ 이후 해운시황이 폭락하면서 대한해운으로부터 배를 빌린 선사들이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면서 대한해운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실제 대한해운을 통해 배를 빌려갔던 파크로드, 선우상선 등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면서, 대한해운이 이들 업체에 빌려줬던 배들을 모두 떠안게 됐다. 또한 삼선로직스와 티피씨코리아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 업체에 용선했던 선박들 역시 대한해운이 대부분 손실을 감당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의 주력선종인 파나막스 벌크선의경우 하루 4~5만 달러라는 고가에 빌려 다른 선사에 5~6만 달러에 배를 용선했지만, 시황이 폭락하면서 다른 선사들이 배를 조기에 반선시키거나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대한해운이 그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벌크운임지수인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좀처럼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대한해운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주 대비 69포인트 하락한 1370포인트로 마감했다. 최고점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BDI 수준을 2800포인트 안팎으로 보고 있다.I

메릴린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급과잉에 따라 벌크부분은 적어도 약 2년간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및 내후년 평균 BDI의 움직임을 각각 2250포인트 및 2000포인트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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