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은 2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안건을 의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 보전처분신청 및 포괄적금지명령신청을 접수했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시황폭락에 따라 유럽지역의 60여개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협상을 벌여왔지만,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최종적으로 법정관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접적인 이유는 매출확대를 위한 무리한 용선 확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한해운의 용선 규모는 15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해운의 최근 3년 동안 사선과 용선으로 구분해 매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매출액 중 용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1조6542억원으로 83.9%, 2008년 2조8479억원으로 86.0%, 2009년 1조7628억원으로 77.3%를 기록했다. 용선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70%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즉 대한해운은 화물수송보다는 배를 빌려 마진을 더해 다른 선사들에게 이 배를 또다시 빌려주는 다단계구조의 ‘용대선체인’을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리먼쇼크’ 이후 해운시황이 폭락하면서 대한해운으로부터 배를 빌린 선사들이 용선료를 지불하지 못하면서 대한해운이 어려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실제 대한해운을 통해 배를 빌려갔던 파크로드, 선우상선 등이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면서, 대한해운이 이들 업체에 빌려줬던 배들을 모두 떠안게 됐다. 또한 삼선로직스와 티피씨코리아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들 업체에 용선했던 선박들 역시 대한해운이 대부분 손실을 감당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의 주력선종인 파나막스 벌크선의경우 하루 4~5만 달러라는 고가에 빌려 다른 선사에 5~6만 달러에 배를 용선했지만, 시황이 폭락하면서 다른 선사들이 배를 조기에 반선시키거나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대한해운이 그 손실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또다른 이유로는 시황폭락을 꼽을 수 있다.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 21일 전주 대비 69포인트 하락한 1370포인트로 마감했다. 최고점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BDI가 2800포인트를 유지해야 한다”며 “호주의 기상이변으로 철광석, 석탄 등 주요 건화물 수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운임지수가 폭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국내 선사 가운데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수는 삼선로직스, 대우로지스틱스, 티피씨코리아, 세림오션쉬핑, 봉신(옛 선우ST) 등 6개로 늘었다.
이 가운데 법정관리를 인가받은 업체는 삼선로직스와 티피씨코리아 2개사이며, 세림오션쉬핑과 대우로지스틱스는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대한해운이 국내외 조선사에 발주한 선박들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해운이 조인트벤처들을 통해 지난해 9월 기준 발주한 선박은 벌크선 8척,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5척 등 총 13척이다.
해운 전문지 쉬핑데일리에 따르면 △나무라조선 174K 벌커 1척(인도시기 : 2011년 4월), 250K 벌커 1척(2013년) △유니버셜조선 206K 벌커 3척(2척 2011년 말, 1척 2012년 말), 297K 벌커 1척(2012년말), 180K 벌커 1척(2013년 6월) 등 총 7척을 일본 조선사에 발주했다.
국내 업체로는 △현대중공업이 180K 벌커 1척(2012년 11월), VLCC 1척(2013년 1월) △대우조선 VLCC 2척(2011월 3월, 7월) △STX조선 94K 벌커 1척(미정), 300K 벌커 1척(미정) 총 6척을 대한해운한테 각각 수주했다.
이중 2012년 이후 인도 예정인 신조선들은 납기가 대폭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도예정 신조선들도 법정관리 진행여부에 따라 납기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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