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 금고문 열고 대출 시작했다

  • 금융위기서 회복 조짐…일본은 '답보' 유럽은 '한겨울'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년째로 접어드는 2011년,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금융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도 과거의 영광을 서서히 되찾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그동안 강자로 군림했던 유럽과 일본의 금융회사들은 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칫 변방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해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이머징 마켓은 위기 탈출 성공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금융시장은 부실을 상당 부분 털어낸 모습이다. 그동안 굳게 걸어잠갔던 금고를 열고 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4·4분기 미국 은행들의 대출 증가율은 5%가량으로, 대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만큼 금융회사 이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올해 미국 은행들의 주가도 전체 지수를 선행하는 수준에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은행들은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샤오강 중국은행장은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중국의 다른 산업에 비해 은행은 해외 진출이 늦었다"며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많은 중국 은행들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며,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위안화 비즈니스를 시작할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위험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경기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대출이 축소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창영 중국금융연구원 원장은 "올해 중국 은행 대출은 7조 위안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예대마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성장세는 유지하겠지만 올해 순이익은 전년의 8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답보’ 유럽은 ‘한겨울’

겉으로 봤을 때 일본 금융회사들의 경영실적은 괜찮은 편이다. 6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6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채권 비율도 2% 미만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나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는 게 고민이다.

주요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은 1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15%대에 육박하는 국내 은행들에 비해 크게 낮다. 일본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4%)보다 낮은 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가시화할 경우 그동안 잠복해 있던 대출 부실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유럽 금융회사들은 건전성과 수익성 모두 악화일로에 있다.

유럽계 은행들의 부실대출 비율은 5% 전후에 달한다. 올해는 아일랜드와 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에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이 비율이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부실이 근본적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가계와 기업대출이 위축되면서 순이자마진(NIM)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특히 유럽계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했던 7450억 유로 규모의 채권 만기가 올해부터 도래하기 때문에 중소형 은행의 경우 파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3월에만 870억 유로가 만기 도래해 은행간의 자금확보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유럽계 은행들은 건전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불안요인이 산적해 있다"며 "주식시장의 평가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투자를 축소하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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