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예산 및 법안 강행처리에 반발, ‘장외투쟁’을 선언한 뒤로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원내 복귀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손학규 대표도 ‘100일 희망대장정’이란 이름으로 계속 지역을 돌며 주민 좌담회 등을 통해 각 지역의 애로사항을 들으면서 현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는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선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민생현안 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제1야당이 국회를 등지고 길거리로 나간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열린 비공개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석한 원내대표단과 부대표단, 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명분이다. ‘빈 손’으로 등원할 경우 “결국엔 그럴 줄 알았다”는 등의 비판을 받을 게 자명하기 때문. 민주당은 그간 등원 조건으로 법안 및 예산 강행처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 등을 요구해왔다.
손 대표가 등원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손 대표의 핵심 측근은 “지금 국회로 돌아가면 그동안 국민에게 날치기된 예산안을 돌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모두 부정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27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론 등원을 하는 게 맞지만 한나라당이 성의 있는 표현을 보이지 않는 한 등원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점은 잘못된 태도”라면서도 “그럴수록 민주당이 국회 내에서 정부·여당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선 “손 대표가 등원을 ‘거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명분보다는 본인 스스로 원내에 지분이 없는 ‘원외(院外) 인사’기 때문에 굳이 돌아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손 대표의 ‘장외투쟁’ 자체가 사실상의 대권행보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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