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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분노 '재스민혁명' 아랍권 휩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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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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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집트 유혈시위 일주일째…'맹주' 사우디에 확산 조짐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혁명의 모래바람이 아랍세계에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유혈시위가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예멘과 요르단에서도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산발적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최대 아랍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반정부시위 움직임이 일부 포착됐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선 지난 22일 집회금지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ABC방송은 “튀니지 혁명에 따른 도미노 효과가 예멘 알제리 요르단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오만과 중앙아프리카의 가봉 등에서도 시위가 일고 있다.

요즘 이집트 사람들은 이처럼 아랍을 휩쓰는 시위사태를 가리켜 ‘튜니사미(Tunisami)‘라고 부른다. 지진해일(地震海溢)을 뜻하는 학술용어 ‘쓰나미(tsunami)’를 패러디한 것이다.

알제리, 요르단, 리비아, 수단, 예멘처럼 철권통치자가 있는 나라들에서 젊은이들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구호를 요구하며 벌이는 시위는 튀니지에서처럼 정권을 전복할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랍권의 맹주인 이집트에서 지금 전개되고 있는 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튀니지의 정치 폭풍이 이집트를 곧바로 덮친 형국이다.

지금 이집트사태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세력은 군부다. 이집트 군부는 실각이 임박해 보이는 무바라크 대통령 선을 잡고 민주화 물결에 함께 휩쓸려 나가기보다는 독자생존을 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튀니지 장군들이 벤 알리 대통령의 도피를 설득했던 것처럼 이집트 군부가 무바라크의 퇴로를 열어주고 그의 사퇴를 촉구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 군대는 현재 주요 거점들을 경비하면서도 시위군중과 충돌하지 않고 때로는 군중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치생명의 종식을 알리는 시계바늘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힘겹게 연명중인 무바라크는 지난 30일 군 출신 정보부장 오마르 술래이만을 30년 공석의 부통령에 임명했다. 무바라크는 또 전면개각 이후 전 공군사령관 아메드 샤피크를 총리에 임명했다.

하지만 이들 군 출신이 82세의 무바라크를 보위해야 할 지도자로 여길지 아니면 제거해야 할 짐으로 간주할지는 두고보아야 한다.

베이루트에 있는 카네기재단 중동센터의 폴 세일럼 소장은 한 칼럼에서 이집트 사태에 앞선 1979년의 이란 혁명, 또는 2003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실각 당시 ‘국가라는 선박’이 침몰했음을 강조하면서 “튀니지 사태는 정반대 경우를 보여 주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튀니지의 경우 군부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지배자 편에 서는 대신 지배자를 내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랍 군부, 특히 이집트 군부가 지난 사태에서 교훈을 얻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군대는 세계 10위 규모로 병력이 46만 8000명에 이른다. 이 나라 군부는 육군장교들이 1952년 왕정을 전복한 이래 권력의 중심에 위치해 왔다.

군부 쿠데타 이래 배출된 대통령 4명은 모두 군 출신이었다. 현재 군부는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 원수가 이끌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해마다 미국에서 약 13억 달러를 군사원조로 받는다.

이집트 국민들은 군대에 대해 어느 정도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거리를 가득 메우는 시위군중은 무바라크의 독재가 또 다른 군 출신에 의한 통치로 교체되는 것을 분명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무바라크는 지난 30일에도 군 수뇌부를 만나는 모습이 국영TV를 통해 방영되었다. 이는 자신의 연명을 군부에 의지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국민들에게 크게 불신 받는 무바라크의 국가민주당은 29일 시위 군중에 의해 카이로의 당사 건물이 불타 무너졌다.

이집트 재계 엘리트들은 그간 이 나라의 자유주의적 경제개혁 덕분에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민중의 분노 앞에서는 어떤 방책도 제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집트 군대는 언론보도로부터 차단된 성역으로 통한다. 이집트 언론은 근년 들어 상당한 자유를 누려 오고 있으나 군대에 관한 보도만큼은 엄격히 통제된다. 군대가 보유한 방대한 토지, 경제적 이권, 또는 군 예산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29일 배포한 미 외교문서에 따르면 “군부가 핵심적인 정치․경제적 세력임은 이집트에서는 당연시된다.” 하지만 이 문서는 또 “근년 들어 군부의 영향력이 약화되었고 군부가 분열되었으며 지도력이 약해졌다고 보는 관측통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집트 사태는 향후 며칠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시점에서 군부의 향후 행동과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무바라크 측근인 장군들과 하급 장교들 및 병사들 사이의 단절 가능성이다.
런던시티대학의 중동전문가 로즈마리 홀리스는 “그 단절의 순간은, 동유럽 공산주의 몰락 당시 드러났듯이, 하급 장교들과 병사들이 시위군중을 향해 발포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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