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흥시장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신흥시장은 조기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국가별로 정치·경제·문화적 편차가 커 세심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 사정에 밝은 인력을 채용하고 현지 기업 및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을 확대하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은행권 신설 해외점포 90% 이상이 신흥시장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은행 등 국내 5개 은행이 신흥시장(중국·인도·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남미)에 설립한 현지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5개다.
8개의 신흥시장 해외점포를 보유한 국민은행은 올해 5개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이찬근 국민은행 대기업금융그룹 부행장은 “시장 규모와 성장 잠재력, 자원 매력도를 중심으로 진출 국가를 선정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이 돋보이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9개의 해외점포를 가진 하나은행도 올해 중국과 인도 등의 지역에 4개 점포를 추가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중국 내 지점도 확충할 것”이라며 “인도 뉴델리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무소의 지점 전환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3개의 해외점포를 신설키로 했다. 기존 신흥시장 해외점포 수는 16개다. 특히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바꾸고 인도 첸나이 사무소는 지점으로 전환키로 했다. 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지점을 새로 개설할 예정이다.
15개의 해외점포를 운영 중인 신한은행은 일본과 베트남, 중국, 인도를 잇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구축해 새로운 성장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외환은행은 중국 현지법인의 영업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키로 했다. 인도와 UAE에서는 지점 설치를 목표로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 현지화 전략이 성공 필수조건
전문가들은 해외진출에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현지화’를 꼽는다.
특히 정치·경제·문화적 차이가 심한 신흥시장 국가의 경우 현지 사정을 반영한 시장 공략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팀장은 “국가별로 금융 규제가 다른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라며 “특히 금융은 굉장히 섬세한 분야로 국내 본점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 영업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현지 금융회사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주류 업무보다는 전자어음제도 등 국내 금융산업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 은행들이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문화적 기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지 정치·경제적 상황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을 펼치고 있고 수출 중심의 개방형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는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라도 대외 의존도가 상당히 낮다.
이 때문에 베트남의 경우 기업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에 주력하고 인도네시아는 내수시장을 노린 소매금융 확대에 나설 필요가 있다.
박경서 수출입은행 차장은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플레이션 발생 및 은행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다만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과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스템이 다른 것처럼 국가별 리스크 완화 전략도 다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것도 기회와 동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태봉 국제금융센터 실장은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흐름을 쫓아 신흥시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며 “신흥국은 기본적으로 금융시장 규모가 작아 변동성이 큰 만큼 자본 유출입 증가가 환율 등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세계 경제 변동을 면밀히 살피면서 현지 금융 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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