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주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30년에 가까운 법관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기억에 남는 판결과 소회 등을 담은 산문집을 발간하고 오는 3월 정년퇴임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정년을 채운 법관은 전국에서 여섯 번째이고, 부산법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63세로 퇴임하는 고 판사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하면 변호사 개업을 해온 관례를 깨고, 끝까지 법원에 남아 후배 판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경남 남해 출신인 고 판사는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당시 문교부 산하 행정기관에서 5년2개월간 근무한 뒤 1980년 사법시험(22회)에 합격해 28년 6개월간 부산과 마산, 대구, 울산 등에서 법관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지법 민사1부장으로 근무하며 언론중재위원회 부산중재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고 판사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판결로 세간의 주목을 많이 받기도 했다.
2009년 2월 성전환자를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처음으로 유죄를 인정했고, 그해 1월에는 부부간 강간죄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고 판사는 이 같은 판결 등을 회고하면서 소회와 합리적인 판결을 위한 제언 등을 담은 415쪽짜리 산문집 '재판의 법리와 현실'을 발간했다.
1부 '재판에 관한 명상'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민참여재판의 올바른 진행방향을 제시했고, 2부 '판결 문장론'에서는 쉽고도 품위 있는 판결문 작성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 3부 '판결 문장의 실제'를 통해 기억에 남는 판결의 의미 등을 설명했고, 4부 '인사문 기타'에서는 후배 법관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적었다.
고 판사는 제5부 '우리들의 행복론'으로 글을 마무리하면서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고 판사는 31일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표현하고자 했던 말과 글의 일부를 정리한 책"이라며 "여러 모로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깨우치고 다잡기 위한 일종의 자성록으로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인생 60년 세월을 통해 선배들로 배운 것은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것이 인생사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2003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고 판사는 2004년 첫 시집 '우리 것이 아닌 사랑'을 발간했고, 2009년에는 두번째 시집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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