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설 이후가 더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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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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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 경기전망, 재정건전성 등 도처에 지뢰밭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한달 정도 지속된 강추위가 어느덧 물러가고 있고 설 연휴가 다가왔지만 정부과천청사, 특히 경제부처 청사의 분위기는 여전히 어둡다.
 
이번 설 연휴는 포근하고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강추위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설 연휴 이후 한국 경제는 지금보다 더욱 추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폭등하는 물가
 
설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물가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의 제1순위를 물가에 두고 있지만 물가는 이런 정부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초부터 고공행진하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2011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9%,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4% 넘게 상승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009년 2월 전년 동월보다 4.1% 상승한 이후 2~3%대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지만 배추 등의 채소 가격 폭등으로 지난해 10월 다시 4.1% 상승한 이후 3개월 만에 또다시 4%가 넘게 올랐다.
 
이는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올해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3%대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1월 소비자물가가 4% 넘게 상승한 주된 요인은 배추 등 채소 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파문으로 돼지고기 가격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1월 배추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1.7%, 파는 108.2%, 무는 84.9% 상승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월보다 -2.6%, 전년 동월보다 -6.1% 하락했던 돼지고기 가격마저 1월엔 전월보다 15.1%,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나 상승했다.
 
전체적으로 1월 신선식품 가격은 전월보다 2.6%,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2%나 올랐다.
 
이 중 조기, 갈치, 명태, 고등어 등의 신선어개 가격은 전월보다 3.2%,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각각 상승했다.
 
무, 배추, 파, 시금치 등의 신선채소 가격은 5.9%, 29.6% 각각 올랐고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등의 신선과실 가격은 전월보단 -1.0% 하락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40.3% 상승했다.
 
마늘과 생강 가격은 2.1%, 69.7% 각각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월보다 3.3%,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5% 올랐다.
 
더 큰 문제는 안정세를 유지하던 서비스 요금마저 들썩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비스 요금은 전월보다 0.1%, 전년 동월보다 1.8% 각각 올랐다.
 
하지만 1월에는 0.7%, 2.2% 각각 올랐다.
 
이 중 공공서비스 요금은 지난해 12월에는 전월보다 -0.2% 하락했고 전년 동월보다 0.6% 올랐지만, 1월에는 0.9%, 1.1% 각각 올랐다.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연초부터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두워지는 향후 경기전망
 
설 연휴 이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점점 어두워지는 앞으로의 경기전망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10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지난해 선행종합지수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건설수주액, 순상품교역조건, 금융기관유동성, 장단기금리차 등의 영향으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3%를 기록했다.
 
문제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의 하락세가 너무 장기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는 지난해 1월 11.3%를 기록해 전월보다 0.3%포인트 하락한 이후 12개월째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1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수입액, 내수출하지수가 감소했으나, 서비스업생산지수, 도소매업판매액지수, 제조업가동률지수 등이 증가해 전월과 동일한 99.3을 기록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8월 102.1을 기록해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려간 이후 9월 101.2, 10월 99.9, 11월 99.3을 기록하며 계속 하락하다가 11월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경기도 매우 나쁜 실정이다.
 
12월 건설기성은 건축공사 부진으로 전년 동월보다 2.9% 감소했다.
 
건설수주도 민간부문의 주택 발주 감소와 공공부문에서 철도·궤도의 기저효과로 전년 동월보다 20.8% 감소했다.
 
설비투자 역시 기계류 및 운송장비 투자가 기저효과로 줄어 전년 동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4.2%)는 증가했으나, 승용차 등 내구재(-2.5%),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2.0%)의 판매부진으로 전월보다 1.0% 감소했다.
 
◆구제역 확산 등으로 재정건전성마저 위협
 
지난해 11월 말에 발생한 구제역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보상금으로 올해 목적예비비의 절반이 넘게 쓰여진 것으로 나타나며 구제역 확산이 재정건전성마저 위협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어두움을 드리우고 있다.
 
1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구제역 보상비로 목적예비비에서 지난해 4385억원, 올해 6018억원, 모두 1조403억원이 지급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구제역 보상금을 목적예비비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확정된 '201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일반예비비는 1조2000억원, 목적예비비는 1조2000억원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달도 안돼 전체 목적예비비의 절반이 넘는 예산을 구제역 보상금으로 이미 써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목적예비비는 5000억원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구제역 보상금 외에 백신비와 방역장비 때문에 지난해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목적예비비와 농림부 예산에서 880억원 정도가 쓰여졌고,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 레바논, 아이티 파병 지원을 위해 올해 목적예비비에서 800억원이 넘는 예산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돼지고기 등의 품목에 대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해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돼지고기 관세 철폐만으로 20억원 정도의 세수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 설탕, 원당, 냉동고등어 등의 관세가 한시적으로 철폐되고, 그 외 수십 가지 품목의 관세가 한시적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올해 관세를 통해 11조3600억원의 세수를 올린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재정부는 앞으로의 경기전망에 대해 "유럽 재정위기 확산, 원자재가격 상승 소지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물가상승, 한파 및 구제역 등의 불안요인으로 내수 회복이 제약될 수 있는 만큼 대내외 경제여건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공급측면의 물가 충격이 인플레 심리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물가안정 종합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경기 및 고용 회복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대응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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