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최근 북핵 6자회담과 관련해 '한반도정세'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오바마 정부가 출법할 때에 맞춰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한 것과 2009년부터 정전체제를 무력화시키려는 것 등은 대외정책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류 교수는 "김정일과의 정상회담까지 열어놓은 오바마 정부에 대해 시작부터 도발적인 행동으로 대응한 것은 협상을 위한 레버리지를 높이기보다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그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북한의 대미정책 담당자들은 미국에 대한 이해가 매우 일천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판돈 키우기'는 외부에 대한 메시지라기보다는 내부 정치의 불가피한 소산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설득력을 갖는다"며 "2008년 8월부터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고, 2009년부터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에 착수한 북한으로서는 보다 강경하고 호전적인 대외정책을 통해 내부 체제의 단속을 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비핵ㆍ개방ㆍ3000'을 내걸고 출범했는데, 정책의 목표만 되뇌고 있는 사이 그 목표는 더 멀리 달아나 버렸다"며 "자칫하면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폐기를 하는 대가로 남한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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