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충남 보령의 축산단지인 천북면 천북중학교 앞 도로에 설치된 방역초소에서 만난 강일규 보령시 총무국장은 오가는 자동차를 향해 자동으로 연방 뿜어대는 소독약을 점검하는 등 초소의 이상 유무를 파악하느라 바삐 움직이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강 국장은 이날 연휴를 맞아 일반 공무원 대신 솔선수범 하고자 구제역 방역초소 근무를 자원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있는 것이다.
강 국장은 “우리의 노고는 아픔을 겪는 축산농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다행히도 1월 내내 계속되던 강추위가 오늘부터 다소 풀려 야외에서 일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날 방역초소에는 강 국장 외에도 708전투경찰대 김혁(23) 전경도 함께 나와 일을 거들고 있었다.
지난달 초 보령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인근 노인회관에서 동료 전경 16명과 함께 숙식하며 이곳에 파견을 나와 있다는 김 전경은 “그동안 강추위 때문에 야간에 나와 일하는 것이 가장 고된 시간이었다”며 “빨리 구제역이 종식돼 축산농민들의 이마에 드리워진 구김살이 활짝 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트랙터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놓은 오천면에서 한우 30여마리를 키우는 한 축산농가는 “이번 설에 서울에 사는 아들 내외가 내려오겠다는 것을 다음으로 미루도록 했다”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보령시가 시 외곽 주요도로 19개소에 설치한 방역초소에는 공무원 48명과 군인 12명, 경찰 16명 등이 함께 설 연휴도 잊고 고향을 찾아오는 귀성객이 탄 차량에 대한 방역활동에 비지땀을 흘렸다.
또 시청 1층에 마련된 구제역 상황실에도 18명의 공무원이 자리를 지키며 각 방역초소와 축산농가로부터 시시각각 걸려오는 갖가지 민원을 해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특히 청소면과 인접한 국내 최대의 축산단지인 홍성군 광천읍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조봉연 상황실장은 “구제역이 발생한 홍성군 광천읍은 보령시 청소면과 인접해 있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마을마다 진입도로에 생석회를 뿌리는 등 소독을 강화하도록 지시해 놓은 상황”이라며 초조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시는 연휴를 맞아 성주면 개화리 시립공원묘지인 모란공원에 성묘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고 이곳 입구에 임시 방역초소를 설치했으며, 오는 6일까지 근로자 1명을 배치해 오가는 차량에 대해 소독을 하기로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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