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잠정치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9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에 수신 잔액까지 크게 늘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돼 순이자마진(NIM)이 2%대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이자수익이 전년보다 5조3000억원 급증한 37조5000억원까지 늘어났다.
증시 활황으로 은행들이 보유한 유가증권 평가이익이 증가하면서 비이자수익도 전년 대비 2조5000억원 늘었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대손충당금을 대거 적립하고 외부적으로는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에 시달리면서도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다.
은행들은 기세를 몰아 올해 더욱 공격적인 영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국민·우리·하나·신한금융으로 이어지는 4강 체제가 형성되면서 은행 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4대 은행은 저마다 올해 업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신규 여신 창출, 고객기반 확충, 비이자 부문 경쟁력 강화 등을 경영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는 국내 주요 은행들의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몰려 있어 연임을 노리는 CEO도, 새로 선임될 CEO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변수가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은행권의 자체적인 건전성 강화 조치로 인해 부실채권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86%로 전년 대비 0.62%포인트 급등했다. 부실채권 규모도 24조4000억원으로 일년 사이 8조4000억원 늘었다.
유동성 부족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던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부실비율이 1년 동안 1.80%에서 3.09%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비율도 0.49%로 전년보다 0.1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만 35조4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60%에서 3.24%로 2배 이상 증가했고, 국민은행은 1.11%에서 1.78%로 늘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0.31%포인트와 0.42%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증가의 주체인 기업 구조조정 채권과 부동산 PF 대출 등은 단기간 내에 정리가 곤란한 채권들이다. 올해도 여전히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미다.
올해는 은행 간의 경쟁이 심화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외형 경쟁보다 건전성 제고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국내 은행들은 지배구조가 탄탄하지 않고 외풍에 쉽게 휘둘리기 때문에 경영진이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은행권 4강 체제 확립, CEO 인사 등 실적 개선에 대한 유혹이 어느 때보다 심하겠지만, 경영진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실을 다져 나가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