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개발에 신음하는 한반도] 2020년 5월 오송역에서 만난 K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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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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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종합계획 따른 도시변화 예측 가상 시나리오

2020년 2월 7일 저녁 8시 고속철도(KTX) 오송역사 근처 한 음식점.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도 국토해양부 공무원인 A씨(35)와 지식경제부 공무원인 B씨(35)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벽면에 걸려 있는 TV에서 흘러 나오는 남해안 개발과 관련해 주민과 지방정부와의 충돌이 사흘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가 A씨와 B씨의 눈과 귀를 후볐다.

A씨는 과천에서 사무실이 있는 세종시까지 출퇴근을 한다. 집에서 나와 서울역에서 KTX로 환승한 뒤에 오송역에서 세종시까지는 통근버스를 이용한다. 평소 출퇴근 시간은 보통 1시간50분 정도. 다소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세살배기 딸 아이와 아내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날 만을 기다리는 둘째를 생각하면 불편함도 한 순간이다.

세종시로 가족이 모두 이사를 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몸이 불편한 어머니와 아이들을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출퇴근 시간이 다소 걸리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는 없었다. 아침 회의 보고서는 KTX 객차에서 휴대용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 된다. 가지고 다니는 컴퓨터만 켜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B씨 역시 KTX를 이용해 세종시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광명에 살고 있는 B씨는 출퇴근에 있어서는 A씨 보다 훨씬 빠르다. 집 근처에 있는 KTX 광명역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학 동창이기도 한 A씨와 B씨는 졸업을 해서도 가끔 술자리를 함께 했고, 둘 다 세종시로 출퇴근 하면서부터는 오송역 인근에서의 술자리가 많아졌다. 가벼운 술을 곁들인 저녁을 하고 KTX를 타고 퇴근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날 술자리도 남해안 개발과 관련해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고자 만났던 자리였다.

한 동안 썰렁했던 오송역사 일대는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오고 나서 하루가 다르게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오송역 뿐만이 아니다. 광명역이나 서울역 등 주요 KTX 정차역 일대가 상황이 비슷하다. 정부가 광역경제권역별 거점도시를 개발하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KTX 역세권이 지역 중심상권 및 거점도시로 자리를 잡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타운이 형성되고 고밀복합개발이 이뤄지는 것이다.

수도권도 KTX 역세권 위주로 발전하기는 마찬가지다.

10년 전인 2010년 당시 지역주민의 반대 등으로 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에서 제외됐던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지구도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활기에 차 있다. KTX 정차역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도시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서울~평택간 KTX 건설로 시발점이 된 수서역 역세권도 변화된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수서지역 인근에 개발된 위례신도시와 세곡·내곡동과 우면동을 아우르는 강남권 보금자리지구가 신강남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KTX 역세권이 활기를 찾고 있지만 문제도 여전하다. 논란이 많았던 세종시 조성이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교육환경은 여전히 바뀌지 않으면서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에도 많은 교육정책이 변화가 있었지만 교육을 핑계로 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심은 역세권 위주로 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역세권은 대부분 기존 개발밀도의 2배 수준의 고밀·압축형으로 진행됐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통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국형 압축도시 조성을 통한 도심·역세권 고밀개발과 도심내 주택공급의 확대 정책 추진 결과다.

반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활기를 띠던 신도시 개발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인구 20만명을 수용키로 했던 한 신도시는 사업 폐지 논란 속에 당초 보다 훨씬 축소된 규모로 다시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는 어렵사리 공사를 끝내기는 했지만 입주율이 낮아 '유령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한 동안 최고의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은 수익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제도 속에서 주민간 갈등이 불거지고 또 주민과 사업 인허가권자(지자체)와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을 정도다. 이 모두가 '5+2 광역경제권'으로 국토개발이 진행되면서 나타난 새로운 모습들인 것이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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