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이 가감 없이 국민에게 전달된 데다, 특히 연휴기간 일정부분 ‘여론 숙성’ 과정을 거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정치권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개헌의 경우 이 대통령이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오는 8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향후 논의의 판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이른바 ‘친이(친 이명박)’계 주류 측은 이번 의총에서 당과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며 본격적인 세(勢) 몰이에 나설 태세다.
당내 친이계 최대 모임인 ‘함께 내일로’(대표 안경률 의원)도 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어 개헌 문제 등에 대한 입장 정리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 ‘친박(친 박근혜)’계는 물론, 친이 ‘비주류’ 측에서도 거부감이 여전하단 점에서 개헌논의는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야당 역시 “설 연휴기간 개헌의 ‘개’자도 묻는 국민이 없었다. 개헌 문제에 대해선 어떤 국민도 관심이 없다”(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며 개헌과 관련한 대화나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겠단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부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당장 개헌을 해보자는 것보다는 4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등을 앞두고 친이 측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개헌보다는 오히려 과학벨트 입지선정 문제가 정치권의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는) 대선 공약집에 있던 게 아니다”는 이 대통령 발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약 백지화’ 논란이 불거지는 등 자칫 ‘제2의 세종시’ 사태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 안팎에 팽배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치적 판단 없이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결정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다.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지역 여론은 이미 악화일로다.
한편 이회창 대표를 비롯한 자유선진당 지도부 및 당원 250여명은 6일 청와대 앞에서 '이 대통령 과학벨트 백지화 망언 규탄대회'를 열고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공약 준수를 촉구하는 한편,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촉구문과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관련 발언 및 동영상을 담은 USB메모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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