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의 이른바 ‘영수회담’ 개최를 고리로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예산·법안 강행처리 이후 경색된 여야관계를 풀고자 했던 김무성 한나라당,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시도가 각각 청와대와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당초 청와대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간 접촉과는 별도로 영수회담을 준비해나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6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면서 마치 영수회담과 연계한 것처럼 발표하면서 상황이 꼬여버렸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예산·법안 강행처리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사실상 국회 정상화에 앞서 이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로 돌아오는데 대한 ‘명분’을 대통령이 먼저 마련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청와대는 “영수회담과 국회 정상화는 별개 문제다”면서 민주당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영수회담에 대해 “국회에서 벌어진 일을 두고 대통령이 사과하란 건 맞지 않는다”며 “지금 같은 식으론 곤란하다”며 말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 “더 이상 진전된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 없다”면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영수회담을 서둘러야 한다”며 청와대와는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영수회담 개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만큼 손 대표 측과의 조율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나, “현재로선 그 시기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에 대해 정치권 고위 관계자는 “결국엔 신뢰의 문제다. 여야 모두 상대방 요구대로 다 했다간 뒤통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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