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은 작년 하반기 4.0%~7.2%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는 지난 3분기에 10.3%의 폭등세를 보였다. 가히 살인적이다.
신흥시장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에너지와 식품가격의 상승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게다가 이 지역의 경기회복이 잠재성장률보다 빨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지는 영향도 크다.
문제는 신흥시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세계경제 회복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동원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이 지역의 성장을 감퇴시킬 것이다. 나아가 세계경제의 회복에 찬 물을 끼얹을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구원투수’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마저 인플레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소비자 물가지수상승률이 5.1%로 2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달 20일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 긴축강도를 높였다.
지준율 인상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을 앞두고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상승이 우려됐기 때문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신흥시장국의 경우 식품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높아 식료품 가격상승을 무시하기 어렵다.
식료품가격 상승이 중국 인플레이션의 가장 주요한 원인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00년 들어 크게 두 차례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아왔다. 초기의 인플레이션은 경기과열로 인한, 즉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것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통화량 증가와 해외자금의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중국정부의 4조 위안에 달하는 경기부양 정책과 이로 인한 신규대출의 증가가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중국의 금리인상과 위안화절상을 노린 핫머니 유입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중국의 물가상승에 따른 긴축정책의 영향이 우리나라를 비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의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내의 총체적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두 달 만에 추가 인상한 것은 이를 우려한 영향이 컸다. 연초인 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감소도 우려된다. 중국정부의 긴축정책은 장단기 이자율 상승 및 투자감소로 이어져 중국의 성장률을 저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중국의 긴축정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감소한다면 중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가 마련될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경제도 차이나 리스크 감소로 인해 중국과의 교역증가와 상호투자 증대 등의 경제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불이 먼저 아니겠는가?
최근 국내에서 베스트셀러로 판매되고 있는 모 경제서적은 인플레이션이 큰 우려가 되지 못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세계 경제위기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했을 때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제도경제학파로서 세계 일류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우리나라가 낳은 젊고, 유능한 경제학자이다-인 저자의 견해가 장기적으로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인플레이션이 경제적인 이슈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문제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는 경제위기보다 더 빨리 사회를, 국가를 와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인류는 세계 경제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칫 물가앙등의 망령이 그나마 회복돼 가는 글로벌 경제를 또 다시 수렁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그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것이 우리를 노심초사(勞心焦思)하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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