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금통위의 결정을 둘러싼 시장의 전망도 팽팽하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서 통화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돗자리 깔렸다”
9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1% 급등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가 연간 3.0±1.0%인 점을 감안하면 물가가 이미 당국의 사정권을 벗어난 셈이다.
한동안 한은이 금리 동결의 근거로 제시하던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0%를 밑돌았으나 올 들어서는 2.6%로 치솟았다.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인 3.7%를 기록하는 등 물가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우려도 커졌다.
조직의 설립 목적이 ‘물가안정’인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 통화량을 조절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지난 1월 13일 물가안정 대책을 모두 쏟아냈기 때문에 물가를 잡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한은 뿐이다.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루고 있는 신흥국들이 속속 인플레 잡기에 나서고 있는 점은 한은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다.
중국 인민은행은 춘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으며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10.75%까지 올렸다. 러시아와 인도는 주요 식료품에 대한 수출규제 및 수입완화 정책을 통해 공급측면의 압력을 낮추고 있다.
또 신흥국들의 인플레 압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선제적인 통화량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실물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신흥국들이 식품가격 급등으로 사회불안이 나타나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강력한 가격 인하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상기온에 따른 작황불안으로 당분간 식품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이달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액션을 취하거나, 인상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할 가능이 높다”며 “전날 중국이 금리 인상에 나선 것 때문에 추가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굳이 올릴 필요있나”
하지만 인플레 압력만 두고 기준금리를 올리기에는 최근 대내외적 여건이 녹록치 않다.
우선 가계부채 및 중소기업 이자부담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이들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는 ‘이자부담 증가-저소비-저성장-경기둔화’의 악순환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환율도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금리가 오를 경우 글로벌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국내로 대거 유입돼 환율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원화가치 상승)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원화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2.7% 가량 올라 수출 경쟁상대인 일본(-1.0%)은 물론 중국(1.0%)·태국(-2.2%)·싱가포르(1.4%) 등 신흥국보다도 절상폭이 컸다.
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긴축에 나서며 국내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금리 인상이 금리 추가인상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부담을 덜어줬다"면서도 "다만 전세자금대출 금리나 환율 문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져 시장금리에 선반영된 점은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1월 13일 3.64%에 불과했으나 지난 8일엔 4.06%로 0.42%포인트 올랐으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이 기간 2.98%에서 3.09%로 0.11%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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