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신용카드 부채는 금융위기 이래 지난해 12월 처음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12월 중 전체 소비자 차입은 3% 늘어 계절조정 연율 기준 2조 41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소비자 차입은 12월까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신용카드 부문 차입은 3.5% 증가했으며 이는 2008년 8월 이후 첫 증가세다. 자동차 관련 대출은 2.8% 늘었다.
무디스 애널래틱스사(社)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이러한 차입 증가를 경제․일자리와 관련해 미국 가계의 자신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징표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은행들이 금융위기를 계기로 도입했던 대출관련 규제를 일부 완화하고 있다며 이를 “대출 수도꼭지가 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나타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소비자 차입은 3년 여 만의 최저수준이었던 지난해 9월에 비해 고작 0.7% 높아진 상태다. 이는 2008년 7월의 최고수준보다 6.6% 낮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차입이 더 늘 것으로 예측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털사(社)의 이코노미스트 테레사 천은 12월 차입이 그 달 나타난 신차 판매 및 산매 판매의 강세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이러한 증가세는 지난주 중앙은행이 은행 대출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서 은행들은 소비자 대출 규제요건을 완화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녀는 향후 몇 달 안에 전체 소비자 차입이 추가로 늘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공식적으로 2007년 12월 시작된 경기침체의 영향을 감지하기 시작하면서 가계들은 덜 차입하고 더 저축하기 시작했다. 실업이 심화됨에 따라 사람들은 지출을 줄였으며 이는 경제성장의 둔화로 이어졌다. 소비자 지출은 미국 전체 경제활동의 70%를 차지한다.
설사 올해 차입이 증가한다 하더라도, 미국인들이 지난 2000~2010년 한복판에 보였던 기세로 차입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그 기간 중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바람에 집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실제보다 더 부유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이 차입하고 더 많이 지출하게 됐다.
앞서 분석가들은 자동차 관련 대출의 증가를 반영하여 지난해 12월의 전체 차입이 늘 것임을 예상한 바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부채가 늘리라고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자동차 판매와 전반적인 산매 판매 둘 다 12월에 증가했다. 산매업체들은 4년 만에 최고의 연말 대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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