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하면서 ‘신한사태’가 촉발된 지 5개월 만이다.
이번 사태의 주역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 전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등 이른바 ‘빅3’는 모두 퇴진했지만 신한금융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신한 내부는 물론 정부와 국민들까지 권력 암투에 종지부를 찍을 인물이 새 회장으로 선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라 전 회장이 노욕(老慾)을 버리지 못하고 회장 인선 작업에 개입하면서 신한금융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본인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이 각각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을 지원하면서 ‘신탁통치’를 꿈꾸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이 라 전 회장과 이어진 끈을 완전히 끊어야 재도약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기실 신한사태도 라 전 회장의 ‘변심’에서 시작됐다.
라 전 회장은 산업은행 출신인 신 전 사장을 “나를 이어 회장이 될 사람”으로 부를 만큼 총애했다. 신 전 사장은 신한은행장에 이어 신한금융 사장을 맡으며 후계 수업을 받았다.
신 전 사장은 라 전 회장이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사면초가에 몰렸을 때는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함께 청와대와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구명 운동을 펼칠 만큼 헌신적이었다.
그러나 신 전 사장이 지나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라 전 회장은 이백순 전 행장과 손을 잡고 신 전 사장을 숙청하기로 결심했다.
라 전 회장의 변덕인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에도 2인자였던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을 내친 전력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흥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지만 최 전 사장이 BNP파리바를 단일 최대 주주로 영입하면서 재일교포 주주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고 시도한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최 전 사장이 신한금융 조직 자체를 변모시키려고 시도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5년 동안 두 번이나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라 전 회장은 국민과 정부, 신한 조직원들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초고속 성장을 지속해 왔지만 최근처럼 금융당국에 밉보였던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새 회장은 파벌 다툼에 종지부를 찍고 회사 성장과 주주 가치의 제고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