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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헌규의 중국이야기 9-4> 남의 경제사정은 내 생활수준의 바로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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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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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 중국 중산층이 살아가는 법.<br/> 월급과 지출구조를 공개하는 싸이공쯔도 유행

“월급이 얼마죠?’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 일반서민)들과 만날때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중 하나다. 친하기는 커냥 막 통성명만 끝냈을 뿐인데도 그들은 다짜고짜 월급 액수를 묻고 위안화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묻는다. 어떤 이들은 너무 중요한 문제여서 반드시 알아야한다는 결의가 느껴질 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나의 경험으로는 많은 중국인 서민들이 나이와 결혼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반면 가계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부담없이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익숙해지다보니 그들이 처음부터 이런 화제로 얘기를 걸어와도 왠지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소박하면서도 원시적인 궁금증의 발로일뿐 무례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략 얼마라고 말하면 그 다음에는 “그 돈이면 한국에서는 뭘 할 수 있는 지, 집값은 얼마나 비싼지, 교육비는 얼마나 드는지” 물어온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의료와 노년 복지는 잘 돼 있냐, 부모 부양은 어떻게 하냐, 결혼때 집은 누가 마련하냐.” 시시콜콜 캐묻는 폼새는 마치 무슨 기관의 조사를 방불케한다.

월급과 지출구조 등에 대한 궁금중이 풀리면 사람들은 이번엔 물가에 관심을 보인다. 수입을 구매력으로 환산해 생활수준을 가늠해 보려는 심산이다. 이렇다 보면 대화는 아예 생활경제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은 물가가 비싸다면서요?”
“중국도 요즘 물가가 장난 아니게 올랐어요.”
“중국에는 지금 돈을 은행에 두면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금리상황이 나타나고 있지요.”
“물가를 못잡으면 사회적 동요가 심할 겁니다.”

사람들은 경제 생활 조사 ‘심문’이 끝나면 묻지 않아도 자신의 수입상황과 지출 구조, 살림살이 형편이 어떤지를 털어놓는다. 이렇듯 월급명세서와 쓰임새를 공개하는 것을 일컬어 ‘사이공쯔(월급을 햇볕에 쪼인다는 의미)’ 라고 하는데 요즘 인터넷이 사이공쯔의 장으로 인기다.

사이공쯔는 수입이 터무니 없이 낮고 불합리한 임금체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수입과 지출명세를 사회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교수는 박봉의 대표적 직종중 하나로 가끔 유명 대학의 교수가 사이공쯔를 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빚기도 한다.

한번은 베이징대 교수가 사이공쯔를 했는데 얼마나 보수가 적었던지 1500위안짜리 월급장이들까지도 “명색이 베이징 대학교수인데 설마 저렇게 까지 알거지일거라고는 상상못했다”며 동정을 표시했다.

교수들은 자연히 캠퍼스 강의보다는 상아탑 밖의 고가 강연이나 연구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혈안이다. “다국적기업의 초청 강연에 나가면 한번에 월급보다 많은 보수를 받아요. 사정이 이런데 누가 외부 연구용역이나 강연 초청을 거절 하겠습니까. ” 연수시절부터 알고 지낸 베이징대의 한 교수는 이렇게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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