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는 최근 과학벨트 문제가 너무 정치적인 이슈로 흘러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과학벨트 입지와 관련, 현재 충청권(충북도·충남도·대전)에 이어 대구·경북권(대구·경북도·울산·포항), 경남도·창원권, 호남권(광주시·전남도), 경기도 등이 유치에 뛰어들면서 정치·지역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북도와 충북도의회·청주시의회는 지난 9일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을 촉구하며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 사수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 전면전에 돌입했다.
영남 쪽에서는 대구· 경북이 울산과 힘을 합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호남권도 광주-대구-대전 세 군데를 이어가는 삼각 벨트가 최선의 방법이라며 유치전에 가세했다. 호남권은 과학벨트에 광주도 포함돼야 진정한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유치의 당위성을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과학기술계는 과학벨트 문제에 대해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세웠다.
과학계는 과학벨트는 국내외 과학자들이 최고의 환경에서 마음껏 기초과학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시설과 문화·교육·주거단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벨트는 추진계획과 연계해서 지역이 발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고려돼야 할 것은 '과학단지로서의 적합성'으로 지역 개발프로젝트 정도로 다뤄서는 안된다는 것이 과학계의 입장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최근 과학벨트 문제가 너무 정치적인 이슈로 흘러가고 있어 몹시 우려스럽다"며 "과학적인 자세, 합리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하며, 과학계가 하나의 공감대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가 걸린 중대사안인 만큼, 기초과학과 함께 응용과학과 연구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국회의원들이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다시피 권역별로 양보 없는 싸움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과학계 관계자는 "국제적 기초과학연구원 등 첨단시설을 설치하고, 3000명 규모의 전문인력을 유치해 지속적으로 성장가능한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되는 대형 국책사업에 전국 지자체 및 정치권에서 너도나도 유치전을 펼쳐서는 안된다"며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하고 과학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자세가 우선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보며 우려했다.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한번도 콘텐츠를 갖고 도시를 만들어본 적이 없으며 과학벨트가 바로 첫 시도"라면서 "법과 국가사회적 응집력, 깊이있는 기획 없이는 과학벨트는 실패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과학도시가 성공하려면 첨단통신시설, 유비쿼터스 인프라, 매력적인 정주여건, 기술거래 지원서비스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적으로 단계별로 기획되고 공급돼야 한다"며 "입지는 과학자들이 중점에 서야 하며,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지난해 12월 제정한 '과학벨트 특별법'에 따르면 교과부에 위원회를 두고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입지 등을 결정한다.
교과부는 오는 4월 입지지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상반기 안에 입지를 선정할 계획이나 과학벨트 유치전이 전국 차원의 정치 이슈로 번질 조짐이 일자, 당초 6월 선정 계획을 4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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