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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안창홍이 가나아트센터 연 29회 개인전 '불편한 진실'전에서 누드화에 대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도발이다. 다리를 한껏 벌려 자신의 육체를 드러낸 남자, 거침없이 당당한 그림앞에서 순간 긴장된 당혹감은 온 몸을 감전시킨다. 외설인가, 예술인가, 경계의 혼돈을 던지는 그림은 전시 제목처럼 ‘불편한 진실’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서양화가 안창홍(58)의 개인전이 후끈 달아올랐다. 성기를 드러낸 젊은 남자와 알몸 부부 등 이번 전시는 신체에 집중한 누드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 살갗에 필적하도록 칠해진 피부의 야성적인 손길, 아름답게 다듬어진 전통누드화가 아니다. 다리를 꼬지도 않았고 모자이크 처리도 없다. 부끄러움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모델들. ‘보여지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보는 주체’로서 당당하다. 관객을 회피하지 않은 저돌적인 그들의 시선은 오히려 보는 이를 주눅들게 할 정도다.
하지만 벗은 몸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까. 에로티시즘과는 거리가 멀다. ‘교양화’된 우리 사회가 애써 가리고자 했던 부분들을 직면하게 한다.
물감자국으로 얼룩진 작업실을 배경으로 가공되지 않은 몸을 보여주는 모델들을 통해 작가는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까.
작가는 “농부. 문신전문가, 이웃부부, 백화점 직원 등 주변에 있는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삼았다”며 “개별적 삶의 역사가 묻어나는 건강한 육체의 정직성과 존재감에 대한 경의를 담아내며 아름다움의 본질과 존재의 꿋꿋함을 그려보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양과 허위허식으로 미화된 것에 대한 폭로이자 냉소이다. 민중미술작가 타이틀이 붙은 작가답다.
2008년부터 대형누드화화에 집착하며 노골적인 인물화의 장을 열고 있는 작가는 “몸은 가장 정직하다. 그 정직성을 표현하는게 내가 누드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며 누드화에 대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부산출신으로 고졸학력이 전부인 작가는 30여년간 독특한 마이너리티 감성으로 세상의 위선을 거침없이 표현해 왔다.
“작가는 예술로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투철한 작가 정신으로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를 통렬히 파헤쳐 왔다. 학연 지연으로 얽힌 국내미술계에서 시대의 유행과 제도권에 편승하지 않은 그의 행보와 ‘도발적이고 까칠한 그림’은 탄탄한 안창홍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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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홍_베드카우치5_Bed couch_Acrylic on canvas_210x300cm_2010. |
하지만 이번 ‘불편한 진실’전은 과거 의도적으로 인물의 개별적 특성을 지워버리고 익명성을 부각시키던 ‘49인의 명상’ ‘봄날은 간다’ 시리즈와 같은 작업들과 달리 얼굴을 드러낸 노골적인 조형언어로 정면으로 맞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정직한 신체노출로 인한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사례는 적지 않았고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았다.
국내 메이저 상업갤러리가 1, 2, 3층 전관을 내주며, 첫선을 보이는 이번 전시는 ‘19금 성인용 전시’로 기록될 듯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터넷 발달로 관람자의 인식이 너그러워졌는지, 작가와 갤러리의 사회적 통념에 대한 무한도전이 될 지 주목된다.
40호에서 500호 크기 회회는 물론 에스키스 및 드로잉등 안창홍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이번 전시 작품값은 회화 120호(194㎝x130㎝)크기가 65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시는 3월 6일까지. 문의 3217-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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