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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생트집> "이제야 정신차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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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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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10일 영화 ‘만추’ 언론시사회가 있었다. 영화 담당 기자라면 매번 느끼던 문제점이다. 먼저 언론시사회란 각 매체 영화 담당 기자와 배급업계 관계자를 위한 자리다. 공짜로 영화를 보기 위해, 또는 재미로 영화를 보기 위한 자리가 절대 아니다. 분명 업무를 위한 자리고, 영화란 콘텐츠로 밥벌이를 하는 관계자를 위한 자리다.

이날 영화 시사회가 열린 현장은 문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배우 현빈을 보기 위한 팬들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여러 매체 기자들이 이를 예견해 이른 시간부터 현장에 도착했다. 자칫 잘못하면 관람권을 구하지 못해 영화를 못보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 역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매체 후배 기자가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500석에 가까운 상영관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이날 언론시사회는 상영관 두 곳을 빌려 열렸다. 대략 1000석에 가까운 관람권이 준비돼 있었다. 물론 두 곳 모두 입추의 여지가 없이 자리가 매워졌다. 대한민국 언론 매체 영화 담당기자가 이렇게 많을까. 분명 말하지만 자리를 차지한 인파의 상당수는 일반인이었다.

다시 돌아오자. 해당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기자의 항의에 “기자 명함을 확인한 뒤 관람권을 드렸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기자의 항의가 말같지 않다는 얼굴이다.

시사회장을 가득 메운 일반인(?)들의 정체를 알아보자. 한 눈에 봐도 기자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어떤 분의 뒤를 밟았다. 어디서 준비했는지 모를 기자 명함으로 관람권을 교환해 상영관 안으로 향한다. 그리고 불이 꺼진다. 당시 문제의 인물과 기자는 간담회가 진행되지 않는 상영관에서 관람을 한터라, 영화가 끝난 뒤 부리나케 다른 상영관으로 향했다. 기자가 주시한 이 분은 어깨에 사진기자들이 사용하는 기종과 같은 멋드러진 사진기를 걸고 있었다.

혹시 사진기자일까. 몰려든 인파를 비집고 간담회가 열리는 상영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현빈이 등장한다. 순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함성에 간담회장은 이른바 도떼기시장으로 변했다. 문제의 인물 역시 환한 미소와 함께 소리를 지르며 인파를 비집고 카메라를 든 채 뛰쳐나간다. 여기까지가 기자가 눈으로 확인한 광경이다. 물론 기자는 몰려든 팬들(분명 팬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확신한다)로 정상적인 취재가 불가능해 현장을 그대로 벗어났다.

기자는 일간 매체 소속이다. 이날 기자를 포함해 여러 일간 매체 기자 상당수가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못한 채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안다. 경쟁매체에선 실시간으로 해당 영화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회사로 돌아가면 소위 ‘물을 먹었다’는 이유로 불호령이 떨어질 게 뻔하다.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빈번하지는 않지만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결국 이날의 사태는 공중파 뉴스 프로그램에까지 보도됐다. 도를 넘어선 팬들의 행태를 고발한 내용이다. 내용인즉 일부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기자명함과 기자증을 위조해 언론시사회 현장에 잠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흘 뒤 같은 장소에서 같은 홍보사 주관으로 같은 배우인 현빈 주연의 다른 영화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해당 홍보사는 기자들에게 관람권을 교환하면서 일일이 매체 확인을 했고, 영화 상영 뒤 열리는 간담회장 입장 역시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는 이중고를 치렀다. 물론 불평하는 기자는 없었다. 또한 그 기자들이 업무를 보기 위한 현장 진행도 매끄러웠다.

좀스럽다. 기자로서 단지 신바람 나게 일할 맛 나는 현장을 만들어 달라는 투정이, 결코 투정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제발 이 소리 이젠 그만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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