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진출을 검토하던 기업들은 사업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고 기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치열한 기술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정밀화학은 16일 미국의 MEMC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태양광의 ‘뜨거운 감자’인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확정지었다. 합작법인은 울산에 태양전지용 폴리실리콘 연산 1만t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2013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9-나인 급 이상 고순도 제품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면서 “MEMC가 순도 11-나인 이상급을 만드는 업체이기 때문에 가격과 수요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폴리실리콘 대기업 경쟁 가열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밸류체인 중 가장 큰 수익을 내고 있고 기술 장벽이 높아 대기업들의 유망 신수종 사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삼성을 비롯해 SK, LG, 한화 등 여러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면서 치열한 경쟁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삼성이 먼저 발을 내딛음에 따라 투자 가능성을 타진했던 다른 기업들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작년 말 투자 여부를 결정짓겠다던 LG화학은 삼성의 진출이 유력해진 시점부터 결정을 미뤄왔다. 이와 관련 LG화학 김반석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 자체가 옛날에 보던 것처럼 장밋빛만은 아닐 수도 있다”며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폴리실리콘 사업 신규 진출을 검토 중인 곳은 LG화학, SK케미칼, 한화케미칼 등이다. LG화학은 올해 4월 안으로는 어떻게든 결론을 짓겠다는 방침이며, SK케미칼은 작년 파일럿 설비를 설치해 놓고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또한 한화케미칼도 해외 기업 인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원가경쟁력 확보 위한 기술경쟁 점화
기존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삼성과의 고순도 제품 양산을 위한 치열한 기술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막강한 자본력의 삼성과 태양광 기술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MEMC의 협력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 전문조사기관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작년 전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13만3000t이고 이 중 국내 기업들은 총 1만8700t을 생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하면 삼성정밀화학의 연산 1만t 규모의 비중은 커 보인다. 그러나 선두 기업인 OCI는 2012년 말까지 총 6만2000t의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증설작업을 진행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솔라앤에너지 정호철 이사는 “태양광 수요를 생각할 때 양산 시점인 2013년이면 1만t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삼성의 케파가 더 커질 것은 명확해 보여 2013년 이후에 얼마나 투자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국제가격 시세에 따라 얼마나 수익성을 확보하느냐다. 고순도 폴리실리콘 국제 현물가격은 작년 중순 폭발적인 수요로 100달러 이상 치솟았다가 현재 80달러대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기존 폴리실리콘 공급업체들은 통상 7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하고 있어 가격 변동이 심해도 영향은 덜하지만, 신규 업체인 삼성정밀화학은 2013년 가격 시세가 중요한 변수다. 태양광 수요는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지만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의 에너지 환경변화와 중국 등 경쟁국의 공급확대 요인도 배제할 수 없다.
정호철 이사는 “최근 장기계약시의 거래가격 시세는 60달러대로 신규 업체는 투자금을 고려해서 수익을 남겨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기술 노하우를 통해 얼마나 수율을 확보하고 코스트 경쟁력을 갖추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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