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다닌다”고 하자 그녀는 마치 내가 겂 없이 물가에 나선 아이라도 되듯 호들갑을 떨며 나의 ‘무지한 삶의 방식’을 바꿔놓겠다는 자세로 달려들었다. 내 몸속에 악령이라도 붙어있어 당장 정화하지 않으면 무슨 사단이라도 날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하나님의 품에 귀의하라는 그녀의 권유는 전도가 아니라 거의 강권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에 갑자기 ‘예수 천국, 불신 지옥’피켓을 들고 서울 명동 거리를 오가는 기독교 열성 신자가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바로 이 여인도 내게 “예수 믿고 천국 가라”며 아주 귀따갑게 종용하고 있었다.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는 달리 실제적으로 규제가 엄하고, 더욱이 '유물론의 나라' 중국인이 기독교 천국인 한국 사람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하다니 참 기묘한 일이었다.
나는 그녀의 정체도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기독교 신자가 됐지요?”
“영국 옥스퍼드 대학 유학중에 하나님을 믿게 됐어요”
똑똑한 학생이었던 그녀는 대학 졸업후 스물 네살 나이에 런던으로 영문학 유학을 갔다가 그곳에서 5~6년 체류하는 동안 기독교와 접하게 됐고, 귀국 무렵에는 아주 독실한 크리스찬이 됐다.
하지만 '조국'은 그녀를 인재로 여기지 않았다. 불법 전도 행위를 하다가 당국에 체포됐던 적도 여러번 있다. 다만 그때마다 체제에 순응한다는 점이 참작돼 훈방됐다.
그녀는 유학생활과 귀국 후의 경험을 털어놓은 뒤 한국경제가 발전한 것이 다 예수님 성령의 덕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조만간 거대한 하나님의 성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는게 바빠서 교회에 다닐 시간이 없어요”
나는 휴식을 방해하는 이 여인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에 다소 심통을 부리듯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실상 이 말은 교회 얘기를 할때 마다 중국인들이 하던 말이었다
중국 헌법은 명목상 신앙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예배와 전도 등 실제 신앙활동에는 많은 규제가 따르고 감시의 눈길도 따갑다.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 자체가 기독교에 관심이 적다. 왜 교회에 안다니냐고 물으면 “생활이 바빠서”, 또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시간낭비” 등의 이유를 댄다.
공산당 당비도 부담인 실리적인 중국인들에게 있어 10일조 헌금은 더더욱이나 마뜩치 않다. 공산당은 월수입이 3000위안~5000위안이면 소득의 1%, 또 1만위안 이상자는 2%를 당비로 규정하고 있는데 갈수록 당비가 잘 걷히지 않는다고 한다.
'예수 믿으라’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그녀가 이제 정말 귀찮아졌다.
“예배 장소도 제한돼 있고, 남에 대한 전도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지 않나요? 당신의 전도행위가 당국에 적발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
그녀의 집요한 전도공세는 마침내 이 대목에서 막을 내렸다. 그녀는 정말 가엽고 측은하다는 표정으로 내쪽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뒷걸음질로 멀어져갔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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