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경영으로 제품개발·출시 시기 앞당겨
지난해 10월 LG전자 새 수장으로 구본준 부회장(사진)이 취임한 이후 4개월여 만에 LG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들의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LG전자는 LCD TV 부문에서 글로벌 2위에 올랐지만 4분기 기준으로는 소니에 뒤졌다. 스마트폰 역시 이렇다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고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LG전자의 도약이 시작됐다.
스마트폰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선보였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MWC에서도 세계 최초로 무안경 방식의 3D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 스마트폰·TV·노트PC 등 '선택과 집중' 결실맺어
지난해 경쟁사에 비해 준비가 부족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지만 올해 초부터 가장 먼저 앞선 제품을 내놓으며 스피드 경영에 시동을 건 것.
TV 부문 역시 빠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LG전자 3D TV는 지난해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3~4%의 점유율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6일 LG 고유 기술인 FPR패널을 탑재한 ‘시네마 3D TV’를 선보이며 올해에만 960만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겠다는 목표다.
FPR 제품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라는 것이 LG진영의 설명이다. LG전자 권희원 HE사업본부장은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제품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화질 만족도는 모든 항목에서 80% 이상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했다”며 “경쟁사 기술은 SG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27~44%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간 비교적 무게를 두지 않았던 노트PC 역시 구 부회장 직속으로 조직을 꾸리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전략제품인 P210 제품은 일 단위 400대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수급이 달리는 상황이다.
이 제품은 애플의 ‘맥북 에어’를 정조준한 제품이다. 13인치 노트북 크기에 14인치 디스플레이는 탑재한데다 고사양 하드에워를 탑재하고도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강조해 고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구 부회장에게 직접보고되는 제품은 FPR 3D TV와 옵티머스 시리즈, 노트PC P210 등 3개다. 구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맞게 이들 3개 제품들이 먼저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
◆ 계열사·사업부간 공조체계 강화
경쟁사에 비해 사업부 및 계열사 간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문화도 크게 개선됐다. LG전자 노석호 LCD 사업부장은 “LG전자 뿐 아니라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4개업체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미팅 자리를 마련하는 등 계열사간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LG진영은 제품 개발 및 아이디어 과정에서부터 계열사들이 공조체계를 갖추면서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수율, 불량률 등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었다. 또한 제품 공급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2년전 LG전자는 LED TV 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지만 LCD 패널 공급부족으로 이같은 기회를 완전히 살릴 수 없었다. 이 역시 LG디스플레이와의 공조체계가 튼튼치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
아울러 제조·유통·마케팅 등 부서간의 TF 구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LG전자의 R&D 관련 간부급 직원은 “과거에는 각 부서 별로 교류가 부족해 제품 개발 이후에 뒤늦게 조율을 하면서 시간낭비가 많았다”며 “R&D 부문 역시 과거에는 예산신청을 해도 거부되는 경우가 많고, 성과를 재지 못하면 책임문제에 자유롭지 못했지만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제품력을 강조하면서 이같은 문화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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