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민사합의10부(고영태 부장판사)는 17일 전교조 부산지부 소속 교사 169명이 학사모 부산지부 최상기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교사 1인당 10만원과 명단을 공개한 시점부터 선고일까지는 연리 5%를, 이후에는 연리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의 명단공개는 원고들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면서 “노조활동은 교육업무와 무관하기 때문에 원고들이 공적 지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노조가입 및 탈퇴여부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고려하면 노조가입 현황을 포함한 이 사건 정보는 일반 개인정보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호될 필요가 있어 학부모의 알권리가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노조가입 여부가 공개되면 원고들이 교원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거나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그 피해정도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은 교육관련 특례법의 취지를 넘은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피고는 원고의 반대에도 지금까지 명단을 공개해 원고들이 자유로운 사적활동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느끼게 됐지만 피고 개인의 이익이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부모와 국민의 알권리 실현이라는 동기에서 명단을 공개한 점 등을 참작해 손해배상액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교조 부산지부 소속 3200여명의 교사 가운데 169명은 지난해 6월 학사모 부산지부가 홈페이지에 전교조 등 5개 교원단체에 가입한 부산지역 교사 1만5000여명의 명단을 공개하자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면서 교사 1인당 100만원씩 모두 1억69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전교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목적이 학부모에게 손해배상액을 받아내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에 올린 명단이 삭제되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당초 목적이 달성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인 만큼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학사모 최상기 대표는 “전교조 교사 명단공개는 학부모와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인데 재판부가 소신 없는 판결을 내린 만큼 즉각 항소하겠다”고 반발하면서 부산지법 정문에서 삭발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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