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수주 실패에도 STX가 웃는 이유는

(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STX조선해양이 수주가 확실시 되던 크루즈선 계약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번 수주실패가 오히려 나중에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조선의 자회사인 STX유럽은 최근 1년 동안 크루즈선사인 로얄 캐리비언(Royal Caribbean)과 협상을 진행했던 신조선 2척(옵션 1척 포함)을 포기했다.

결국 로얄 캐리비언은 STX유럽의 경쟁업체인 독일 마이어베르프트(Meyer Werft)와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두 척의 크루즈선은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인도될 예정이다.

STX조선이 수주를 포기하자 시장은 싸늘하게 돌아섰다. 마이어베르프트의 수주 소식이 알려진 지난 14일 STX조선의 주가는 전날대비 9% 가량이 하락했다.

STX가 이같은 부작용을 예상했음에도 이번 계약을 포기한 이유는 지나치게 낮은 선가 때문이다.

로얄 캐리비언이 이번에 발주한 이번 크루즈선의 가격은 GT(총t수)당 수주선가는 4411유로로 알려졌다. 반면 STX유럽이 같은 선사로부터 수주, 건조한 오아시스급 크루즈선의 GT당 수주선가는 4524유로로 추정된다.

GT당 수주선가는 통상 배가 커지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마이어베르프트가 이번에 수주한 선가는 선박 규모가 STX유럽이 계약한 선박에 비해 작음에도 수주선가가 오히려 낮다.

이와 관련,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어베르프트가 지난 3년 간 수주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저가수주에 나선 것을 보인다”며 “이번 수주로 도크가 다 차버렸기 때문에 향후 발주시장에서 영업에 나설 수 없다”고 분석했다.

즉 STX유럽이 경쟁업체의 영업능력 상실로 향후 크루즈선 발주 시장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할 수 있는 게 그의 설명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STX유럽는 크루즈급 페리선 수주하는 등 일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저가수주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전세계 크루즈선 신조선 시장은 STX유럽·프랑스 등 STX조선과 독일 마이어베르프트,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전량 수주하고 있다.

이 중 핀칸티에리는 적자 누적과 민영화 논란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크루즈선 신조선 시장은 STX조선과 마이어베르프트 양강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년간 신조선 발주가 전무했던 크루즈선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STX조선은 눈앞에 작은 이익보다는 멀리 있는 큰 이익을 보고 이번 수주를 포기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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