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인플레는 ‘위험요인’
지난 15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경제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변수로 등극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윤 장관은 중국에 대해 언급하면서 신흥국 성장에 따른 ‘기회요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상승 측면에 있어 기회요인을 찾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흥국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 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4개국은 가파른 물가상승에 맞서 긴축 통화정책을 택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디플레이션 이후, 급속하게 인플레이션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기준으로만 봐도 연초 1.5%에서 4.6%로 금리를 인상했다.
브라질의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막대한 양의 달러가 브라질로 유입되면서 달러 대비 헤알화 가치는 지난 2년간 30% 이상 치솟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 달러 순유입액은 155억 달러로 2007년 6월 이후 월기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1월 0.83%를 기록, 2005년 4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문제는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4%에 달하는 등 금리인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더라도 선진국과 신흥국의 금리차가 크다는데 있다. 향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 더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양적완화정책 확대는 오히려 선진국과 신흥국간 내외금리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국제 투기자금)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흥국 인플레, 별다른 대책없는 정부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통화당국이 제재수단으로 금리인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5%대 경제성장률 달성에 복병이 될 수 있다.
서민 체감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인상해 통화량을 줄여야겠지만, 목표로 내세운 경제성장률을 생각하면 선뜻나서기 쉽지 않다.
사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포함한 많은 연구기관들이 지난해 초부터 금리인상이 늦어질 경우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2009년말부터 추진한 확장적 거시정책을 밀어붙이고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뒀다.
물론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한 단기적 물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단기적인 대책인 만큼 '미봉책'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한 만큼 이를 대비한 장기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중국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거론하고 국가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한 전략을 세울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방향성만 제시했을뿐 이렇다할 대책을 못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신흥국 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사전에 대비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며 “벌써 지난해부터 곡물가격 인상 얘기는 꾸준히 거론됐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가상승 압력이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우리는 신흥국 성장에 따른 파급효과에 주춤거릴 수 밖에 없다"며 "신흥국 성장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정부가 장기적인 수급 및 물가안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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