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출신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난 회계사다. 자신이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유사의 원가구조가 워낙 복잡한데다 그동안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논란만 가중됐을 뿐 명확한 해명이 나오지 않아 이번에도 '입방정'에 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석유가격결정구조 언급으로 촉발된 정부와 관련 업계의 공방이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석유가격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벌이는 논란의 핵심은 ‘비대칭성’ 가격구조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빠르게 인상하면서도 내릴 때는 찔끔 혹은 서서히 내려 이익을 챙긴다는 게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판단이다. 일부 수긍할 부분이 있지만 실제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서도 석유제품에 대한 비대칭성이 확인된 연구와 그렇지 못한 연구가 팽팽히 맞서 있을 정도로 논란은 식지 않고 있다.
국내 정유4사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가격을 싱가포르 시장가격과 연동시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휘발유 현물가격을 기준으로 여기에 수입에 소요되는 운임, 보험료, 관세 등과 수송, 판매관리비 등을 근거로 세전공장도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정유업계는 그러나 지난 2009년 5월과 2008년 4월부터 정유소 공급가격과 주유소 가격을 모두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 데 그 밖의 영업비밀까지 들춰내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원유도입부터 화학제품 다운스트림까지 하나로 엮여 있는 석유제품 생산구조의 부가가치를 산정해 내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일선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도 이에 대한 전례를 갖고 있다. 지난 2007년 진수희(현 보건복지부 장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정유사들이 세전공장도가 부풀리기 방식으로 10여년간 수조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을 때처럼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 내에서 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정유사의 원가구조 산정방식을 밝히겠다는 당초의 구상이 무리했던 게 아니냐는 견해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유업계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강제방식보다는 점진적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소비자들의 정보접근이 용이하도록 현재의 가격공개 제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에너지를 비롯한 국내 정유 4사가 최근 서민용 등유 가격을 리터당 50~60원씩 일제히 내려 일단 정부의 압박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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