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을 지원 받은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높아진데다 새로운 국제 건전성 기준인 바젤 Ⅲ 도입으로 은자펀드 자금이 2013년부터 기본자금으로 인정되지 않아 사실상 효용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자본확충펀드(은자펀드)의 조기상환을 허용하는 내용의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이 지난 1일 예고됐다. 금융당국이 2009년 9월 12일 이전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유도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은자펀드는 지난 2008년 3월말 정부가 한국은행 10조원, 산업은행 2조원과 기관 및 일반투자자 대상 8조원 등 20조원 규모로 조성한 준공적자금이다. 이 돈으로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권 등을 인수해 은행의 자기자본(BIS) 비율과 기본자본(Tier1) 비율을 높여줬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3000억원 △우리은행 1조원 △경남은행 2320억원 △광주은행 1740억원 △국민은행 1조원 △하나은행 4000억원 △농협 7500억원 △수협 1000억원 등 국내 8개 금융기관에 총 3조9560억원이 투입됐다. 하이브리드채는 최대 7% 이상, 후순위채는 6% 후반대의 금리가 적용됐으며 실질 만기인 5년 이내에는 상환이 금지(콜옵션)됐다.
개정안이 나온 것은 지난해 12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자본규제 개편안을 통해 2013년부터 신종자본증권을 기본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세운 은자펀드가 사실상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금감원 은행서비스총괄국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채권이 손실분담 등 자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며 “유럽연합(EU) 등은 조기상환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펀드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이혁재 연구원은 "은행들이 더 이상 자본을 확충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금융당국이 조기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의 이고은 책임연구원은 “현재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튼튼해 조기상환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은행 BIS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14.62%, 기본자본(Tier1) 비율은 11.75%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산을 다 책정한 상태라 조기상환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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