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후보자가 지난 17일 후보자 지명 후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밝힌 포부다.
양 후보자 말대로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2년여밖에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감사원은 이완된 공직사회를 다잡고 혈세(血稅)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때문에 지난 5개월간 감사원장 공백기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그리 편치 못했다.
정동기 전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사퇴한 것과 달리, 양 후보자는 정치권과 여론의 검증공세를 무난히 넘어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재산문제도 크게 눈에 띌만한 게 없고, 학계 인사의 발목을 잡아온 논문표절 등의 시빗거리도 ‘상식 밖’의 심각한 수준은 아니란 게 중평이다.
양 후보자는 당시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물러났지만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설(說)이 있다.
하나는 청와대 행정관 성(性) 접대 파문을 비롯한 공직기강 해이사례가 잇따르자 공직자 부패방지를 담당했던 그가 사실상 퇴임 ‘압력’을 받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야인(野人)’ 생활을 해오던 이재오 현 특임장관의 자리 마련을 위해 물러났다는 것이다.
권익위 내부 사정 때문이란 얘기도 있지만 양 후보자는 단 한 번도 속 시원히 해명한 적 없다. 만일 이중 어느 하나라도 진실에 가깝다면 양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초대부터 21대 원장을 지낸 김황식 현 국무총리까지 법률이 정한 4년 임기를 채운 감사원장은 7명에 불과하다. 양 후보자 본인도 말했듯, 감사원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건 업무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다. 감사원장부터 그걸 보여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