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민은 민생고에 허덕이는데 국정 ‘컨트롤타워’ 청와대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집권 여당의 주류 세력은 개헌에만 정신이 팔렸고, 야당도 ‘제 역할’을 잊은지 오래다.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 입지를 둘러싼 논란은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의 외교상황도 불투명의 연속이다. 게다가 고위 공직자 비리 의혹 등에 따른 정권 차원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아주경제는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 등의 정책현안을 중심으로 집권 4년차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 국정운영의 최고 ‘컨트롤타워(사령탑)’은 누가 뭐래도 청와대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 행정부에 그 법을 집행하지만, 대통령이 행정부 수장(首長)과 집권당의 실질적 ‘보스’를 겸하는 현 정치제도상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청와대(대통령실)가 국정운영을 총괄하는 기능과 권력을 갖는다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집권 4년차를 앞둔 현 정부 청와대는 이상하리만치 무기력하다. 물가, 전세, 구제역 등 민생현안에 대해 어느 하나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제역의 경우 작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첫 발병한 뒤 근 2개월 만인 지난달 6일에서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첫 긴급 관계 장관회의가 열렸다. 정부 당국의 초동대처 미흡은 결국 소·돼지 300만마리 이상을 살 처분하는 대재앙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살 처분 매몰지로부터의 침출수 유출 문제까지 불거졌다. 물가상승도 잇단 한파와 폭설, 그리고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 상승 등 외생적 변수가 있었지만, 농수산물 등의 가격 상승 요인은 “사전에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 확대 등을 골자로 지난 11일 내놓은 전세 대책 또한 시장에선 이미 실기(失期)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 대응이 '뒷북' 대응과 실효성 없는 대책 발표,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은 근시안적 사후관리 등으로 점철된 데는 담당 부처의 잘못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조정 및 의사결정 구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초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른바 ‘실용주의’에 입각해 부처 간 벽을 허물고 국정운영을 보다 효율화하기 위한 의도였다. 참여정부 당시 ‘옥상옥(屋上屋)’이라고 비판했던 각종 위원회 및 태스크포스(TF) 등도 이 당시 대부분 정리됐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부처 통·폐합 및 인원 감축에 따른 업무량 증대와 함께 분야별 정책을 총괄하던 중간조직이 사라지면서 정책결정 등에 관한 모든 사항이 청와대로 집중된 것이다. 거기다 모든 현안을 본인이 직접 챙기고자 하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까지 더해지면서 '과부하'가 걸리게 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책운용의 일선에 나서면서 참모진이나 장관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특정 현안에 ‘올인’할 경우 다른 현안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그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주요현안을 ‘정책’으로만 풀려는 태도도 문제란 주장이 있다. 영남 출신의 한나라당 중진 의원은 20일 “‘여의도 정치’에 대한 대통령의 혐오증이 여전하다”며 “정치로 풀 건 정치로 해야 하는데 그럴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 입지선정이 이뤄지더라도 탈락지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며 "대통령이 반응이 없으니 청와대 참모들도 아무 준비 없이‘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에 집중된 정책조율, 갈등관리 등의 업무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청와대도 최근 갈등조정 기능 가운데 일부를 국무총리실에 넘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갈등조율을 위한 조직과 기능은 청와대와 총리실만이 아니라 특임장관실에도 있다”며 “이들 간의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지 않으면 더 큰 혼선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청와대부터 상근과 비상근을 포함한 대통령 특별보좌관이 9명에 이르면서 기존 수석비서관실과의 업무 분장이 불분명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때문에 다른 일각에선 과거 경제부총리제처럼 분야별로 별도의 ‘정책 컨트롤타워’ 두고 소관 분야의 업무를 맡기는 방안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로선 현실성이 낮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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