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그 장대함에 있어서 이미 많은 관심을 받으며 시작했다. 3년의 준비기간과 제작비만 50억원이 투입됐다는 점, 뮤지컬 시장에 오랜만에 등장한 대형 창작물이라는 점, 브로드웨이의 스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김준수, 브래드 리틀 등 스타 캐스팅을 내세워 힘찬 첫 발을 내딛었다.
천국의 눈물을 화려하게 장식시켜 준 것은 바로 LED 패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8개의 LED 패널은 극의 상황과 흐름에 따라 수시로 변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또한 150개의 영상은 시대와 장소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스토리를 멈춤없이 진행시키고, 700번의 조명큐는 LED 패널과 연동돼 무대와 배우들이 동작을 더욱 역동적으로 살려낸다. 빛과 그림자, 영상이 어우러진 환상의 무대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강한 여운을 남겼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 또한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장대하게 펼쳐지는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선 표현에 초점을 맞춘 음악은 클래식과 팝, 재즈 등 모든 장르를 어우른다. 특히 1막의 마지막 곡 ‘내 말이 들리나요’는 강한 중독성의 멜로디와 전 캐스트의 웅장한 합창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에 ‘힘’이 없다는 것. 이 작품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 ‘준’과 클럽 가수인 ‘린’, 그리고 그레이슨 대령의 삼각관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개연성이 부족하다. 준과 린이 만나 사랑하게 되는 순간이 억지스럽다. 어떻게 이 두 사람이 목숨까지 걸면서 사랑하게 되는 지 설명이 부족하다.
티아나가 20년 만에 자신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주된 스토리도 그다지 ‘재미’와 ‘감동’을 담아내지는 못한 듯 싶었다.
한 가지 더. 기자가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이 LED 패널에서 그 강점을 찾을 수 있지만 ‘자가당착의 오류’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LED 패널로 변화무쌍한 무대를 보여줘 기술적인 뛰어남과 풍부한 창의력을 부각시켰지만 반대로 잦은 무대전환이 보는 이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인 것 같다.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음악과 배우들의 열연, 창조적인 무대는 박수 받을 만 하지만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혼잡한 무대는 앞으로 고쳐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러한 개선점들의 수정을 통해 더 좋은 작품으로 발돋움하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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