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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내 200대 기업 여성임원 비율 (출처 FT) |
지난해 말 독일 녹색당이 대기업 임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우자는 입법안을 제안하면서 불거진 이번 논란은 요세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이 지난주 “은행 이사회가 더 다양해지고,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새삼 부각됐다.
이 발언은 정계에서 특히 지지를 얻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주 대기업 임원진에 여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명백한 불명예’라며 기업들은 이번에 문제를 개선할 '최후의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EU) 집행위원도 유럽에 상장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 할당제를 법제화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기업들을 윽박지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비율을 늘림으로써 유럽은 경쟁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 정부는 최근 2017년까지 대기업 임원의 최소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란으로 인해 유럽 내 다양성 부족 관련 문제가 조명을 받고 있으며 특히 독일의 여성 임원 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독일 30대 닥스(DAX) 상장 대기업의 이사진 중 여성 임원은 고작 2.2%로 집계됐다.
지난 1977년까지도 남편이 아내의 노동계약을 파기할 수 있었을만큼 보수적인 독일에서는 육아 시설이 부족하고 여성이 최고 관리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이 끈질겨 여성 임원 배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임원 할당제에 대해 독일 재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화학제조업체 SKW의 아이네스 콤시 최고경영자(CEO)는 “여성 임원을 늘리려고 해도 어렵다”며 그 이유를 여성인력 부족으로 들었다.
그는 “여성 엔지니어, 특히 금속 공학쪽으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의 130대 대기업 중 단 하나뿐인 여성 CEO이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SAP의 이사인 안젤리카 담만은 “할당제로 엄격히 규제하기보다는 기업이 여성 임원을 자발적으로 배출하는 방식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세계적인 의약 및 화학기업 머크의 칼 루드비히 클레이 CEO도 “단지 할당제를 채우기 위해 여성을 관리직으로 밀어넣는 것은 경제 논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머크는 향후 5년동안 여성 관리자의 비중을 25~30%로 서서히 높일 계획이다.
이같은 여성 임원 할당제 움직임은 유럽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3년까지 런던증권거래소(FTSE350)에 상장된 기업 이사진 중 5분의 1을 여성에 할당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상장 기업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하는 법이 2008년부터 시행중이다. 초기의 부정적인 반응과 달리 오늘날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은 이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해 하원에서 상장 기업 이사회의 30%를 여성에 할당하자는 법안이 가결됐다. ‘핑크쿼터’라 불리는 이 법안은 현재 상원 통과를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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