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정제 마진 수익에 내심 반가워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조차 급격한 유가상승 추세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지난 주말 런던선물거래소 브렌트유 기준으로 밸러당 102.52달러에 마감됐다. 국내에서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유가 기준인 두바이유 역시 98.96달러에 달해 100달러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석유소비 비중이 크지 않은 전자업계는 당장에 비용 상승의 우려는 크지 않지만 점진적인 물류비 증가와 함께 중동 지역의 정치 불안정성으로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특성상 직접적인 석유 소비 비중이 크지 않아 아직까지는 영향이 적지만 실시간으로 유가 및 중동정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면 물류비 증가 등이 우려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삼성․LG 등 주요 기업들은 현지생산체제를 갖췄기 때문에 물류비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원가절감 및 SCM 강화를 통해 재고관리를 철저히 하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업계도 고유가 기조를 기회로 보는 측면이 있다. 당장 소비심리 위축은 걱정거리지만 하이브리드자동차 및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고유가는 자동차업계에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며 “전기차 등 미래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고유가현상이 지속되면 대규모 해양플랜트 및 관련 선종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프리미엄 조선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운송업체들은 유류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또 철강업계도 유가변동에 따른 가격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국제유가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운송업체들은 이미 고유가에 따른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벙커C유 가격 20% 가까이 급등한데 따른 고심이 크고, 항공유 가격도 인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연간 3000만 달러 손해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체들은 연료비가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20%에 달하는 만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은 감속운항 등을 통해 고유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강산업도 운송비 부담 증가로 수출경쟁력 악화우려가 나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경쟁업체들에 비해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면서 “운송비 인상으로 스크랩(고철) 수입가격이 오르는 것도 생산비 부담을 늘리는 요소”라고 말했다.
정유 업체들은 유가 상승을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 마진도 함께 높아지면서 오히려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유가 상승보다는 국제 석유제품과 원유 사이의 마진이 중요하다”며 “소매사업에서 매출 감소가 있을 수 있지만 마진율이 예전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유업체들은 석유화학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구조에서 유가상승에 따라 수입나프타가격이 t당 900달러에 육박하는 등 비용증가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화학업체 한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산업비용도 함께 오르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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