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 거래된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달러40센트(1.40%) 오른 100달러36센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2008년 9월8일(101달러83센트) 이후 30개월 만에 처음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야 대통령에 반기를 든 시위대를 향한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의 유전지대인 중동 정세가 한치 앞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22일 이란 군함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것이라는 통보에 이스라엘이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며 중동 지역내 국지전 위험이 증대되고 있는 점도 유가불안을 촉발시키고 있다.
리비야 원유 생산량의 60%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운데 이날 런던석유시장(ICE)에서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 가격은 전날보다 3달러22센트(3.16%) 오른 105달러74센트에 거래를 마감했다. 역시 2008년 9월 이후 30개월만에 최고치다. 브렌트유는 지난 이집트 정정 불안 당시였던 지난 13일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오름세가 계속되자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른 절전 대책마련에 착수하는 등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유가상승의 진원지인 중동 지역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불안국면이 계속되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를 0.12%포인트 끌어올린다고 보고 있다.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4.1%)이 정부의 목표 바운더리선인 4.0%를 웃돌아 민간연구기관들은 연간 물가 전망치 수정작업에 속속 나설 뜻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LG경제연구원은 유가가 10% 오를 경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0.3%포인트까지 끌어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올해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85달러를 전제로 5.0% 경제성장, 소비자물가 3% 내외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이미 지난 11일 한국석유공사에서 개최된 민·관 합동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에서 올해 정부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 전제의 기준으로 작용한 배럴당 80~85달러는 약 5~10달러 올려 90달러 내외로 상향 조정된 바 있다.
유가가 10달러 오를 경우 원유 수입 비용이 연간 81억 달러 증가해 그만큼의 무역수지 악화도 예상된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최근 리비아 사태와 이란 군함 수에즈 운하 통과 등 급변하는 중동 정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언제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우리나라 석유 수급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긴급회의를 열어 위기 단계를 바로 올려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에너지 대응 매뉴얼을 통해 유가(두바이유 현물가)나 예비전력이 일정 요건을 5일 이상 유지할 때 관심→주의→경계→심각 등으로 올리게 된다.
‘관심’은 유가가 90∼100달러이거나 예비전력이 300만∼400만kW, ‘주의’는 유가 100∼130달러, 예비전력 200만∼300만kW, ‘경계’는 유가 130∼150달러, 예비전력 100만∼200만kW, ‘심각’은 유가 150달러 이상, 예비전력 100만kW 미만인 상황이 5일 이상 계속될 때 설정된다.
정부는 두바이유 가격이 5일 연속 90달러를 넘어선 작년 12월29일 위기 단계를 ‘관심’으로 격상하고 공공기관 실내온도 준수, 승강기 운행 50% 축소, 승용차 요일제 등을 시행했다.
앞으로 유가가 5일 이상, 즉 26일까지 100달러를 넘어서면 에너지위기평가회의를 열어 위기 단계를 ‘주의’로 올린다. ‘주의’가 되면 공공기관과 아파트 등의 경관 조명과 상업시설의 옥외광고물 등이 소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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