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지성 / 산업부 차장 |
전경련은 24일 정기총회에서 허 회장을 임기 2년의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12년 만에 10대 그룹의 오너가 전경련의 수장이 되는 만큼 재계의 기대가 크다.
재계 7위인 GS그룹 회장이 취임하는 만큼 최근 10여년 동안 “위상이 하락했다”는 평을 들어왔던 전경련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또 비교적 젊은 60대 초반의 회장이 취임하는 것이어서 전경련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이 이끌 전경련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특히 정권 후반기에 들어선 현 정부가 동반성장이라는 의제 하에서 대기업들에게 보다 많은 책임을 주문하고 있다. 또 인위적인 물가잡기에 나서면서 유통 및 정유 업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 같은 주문에 대해 ‘제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을 것이냐가, 허 회장이 전경련 수장으로 당면한 과제이다.
전경련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물론 전경련 관계자는 “진입장벽을 낮춰 현재는 중소기업들도 회원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장단의 구성을 보면 ‘대기업의 협의체’ 임은 분명하다.
실제로 전경련 사무국에서도 “회원은 제조업, 무역, 금융, 건설 등 전국적인 업종별 단체 67개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기업 435개사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의 이익은 정부의 친서민 정책방향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만 해도 그렇다. 이들 하도급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에 맞춰 제품 원가를 가능한 빠르게 조정하고 싶지만, 이는 대기업들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 대기업의 동네 상권 침투도 서민들의 입장까지 반영해야 하는 정부와 대기업의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허 회장의 전경련은 정부가 주도하는 상생이나 동네 상권 보호 등에 대해서 대기업의 목소리를 보다 더 강하게 내야 한다.
이것이 전경련의 위상 회복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체설립 본연의 목적을 분명히 드러내 ‘선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위상 강화다.
이런 측면에서 허 회장의 전경련 회장직 수락 직후, 전경련에서 동반성장위원회에 “동반성장지수(안)이 기업실정에 부적합한 평가항목이 포함되는 등 기업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자료를 낸 것은 시의적절 했다.
상대가 전 국무총리인 정운찬씨가 이끄는 동반성장위원회라고 해도 대기업의 이익이라는 원칙에 반하는 내용이라면 과감히 ‘아니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전경련을 두고 ‘그들만의 리그’나 ‘재벌스러운’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전경련의 설립배경을 왜곡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존재의미를 희석시킬 뿐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전경련이 정부의 정책을 회원사들에게 적극 설득하는 모양새를 보여 붙게 된 ‘청와대 2중대’라는 별칭이 오명일 것이다.
허창수 회장이 이끄는 선명한 ‘전경련’을 기대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