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괴한들의 신원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란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한 사임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인도네시아 측에서도 이 문제가 더 커지는 걸 원치 않는 것으로 안다”며 ‘조용한’ 수습을 강조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우려와 맞물려 정국은 또 다른 ‘위기’로 치닫는 분위기다.
민주당 측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최재성 의원은 22일 “정치권에서 확인된 얘기를 종합할 때 이번 일을 국정원이 저질렀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소행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정작 국정원은 어떤 공식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일이 국정원 등 우리 측 정보기관의 소행이라 해도 업무 특성상 이를 시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면서 “인도네시아 측에 대해서도 숙소 경비활동 중 벌어진 ‘불미스런 일’에 대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유감을 표시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인도네시아 측은 방산 분야 협력 외에도 자국의 대규모 경제개발계획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는 터여서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는 얘기다.
그러나 양국 정부 간엔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봉합’된다 해도 국내 정치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여기에 이달로 취임 2년째를 맞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 말부터 교체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돼온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원 원장이 지금 사의를 표명하면 ‘우리가 도둑질했소’ 하고 알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다. 책임은 그 뒤에 따져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언론은 이날 원 원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보도했으나, 청와대 관계자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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