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헌법상으로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있는 나라다. 하지만 다분히 형식적이며 선전에 가깝다. 실제로는 종교활동에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고 신앙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종교와 관련한 집회 등 일체의 활동은 모두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은 함께 예배나 미사도 올릴 수 없다. 모든 교회당 안팎에는 보이지 않는 감시망이 거미줄 처럼 쳐져 있다.
또한 대부분 중국 서점들은 공식적으로 ‘성경(바이블)’을 판매하지 않는게 관례다.. 한번은 성경이 필요해서 베이징 시내 대형 서점 몇곳을 찾아다녔는데 어떤 서점에서도 성경을 찾을 수 없었다.
가만히 보니 서점들이 팔고 있는 것은 성경 독본이 아니라 예외없이 성경 해설서였다. 중국 공산당이 비록 종교의 자유 운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통제가 엄하다는 명백한 증거인 것이다.
중국 당국은 종교인에게 중요한 소명중 하나인 전도행위도 원칙적으로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많은 한국 목사들이 중국 각지에서 전도와 목회활동을 하고 있지만 실정법상으로 모두 위법행위다.
당국은 이런 상황을 세밀히 파악하고 있으나 불온한 행위가 없을 경우 적당히 묵인하고 넘어가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체제안정에 위협이 되지 않으면 탄압도 하지 않고 그렇다고 권장도 안하는 것, 이것이 바로 중국 공산당의 종교 정책이다.
다만 공산당 체제나 사회질서를 부정하는 종교 단체나 특정 집단에 대해서는 추호의 용납도 없다. 달라이라마를 추종하는 시짱(티베트)의 불교도나 파룬궁 등은 분리독립을 꾀하고 체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과 공존하기 쉽지 않은 집단이다.
중국 공산당은 정권에 도전이 될 경우 천주교와의 첨예한 대립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은 신중국 건립 초기인 지난 1951년 교황청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자국 천주교 신자들에게도 정부 산하 카톨릭애국연합(CPA)의 승인을 받은 성당에서만 종교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수백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 천주교인들은 감시를 피해 은밀히 지하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기도 한다.
또한 파룬궁의 경우 공산당 체제를 정면 부정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권에게는 '종교라는 가면을 쓰고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미신 집단'일 뿐이다. 파룬궁이라는 용어는 인터넷에서 아예 검색 조차 안되도록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룬궁의 지하활동은 외국은 물론 중국안에서도 은밀히 전개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로변에 설치된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를 걸려다가 무심코 파룬궁의 전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자유 인권 등 몇자를 적은 명함크기의 작은 쪽지는 집회 통지용이 아니라 그저 중국내에 파룬궁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용도 같았다. 중국 친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무섭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더 이상 애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손사래를 쳤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발각되면 곧 죽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지하에서 아주 극비리에 활동한다. 법망에 걸려든 파룬궁 활동가들은 재판 절차도 없이 조용히 제거되고 인터넷을 포함한 어떤 매체도 파룬궁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보도하지 않는게 불문율이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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