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반갑습니다.
존경하는 우리 닥터 마하티르(Mahathir) 전 수상, 그리고 여러 석학 여러분, 이렇게 이번 모임에 참여해 준 것을 매우 고맙게 생각을 합니다.
또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날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세계 속에서 동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과 ASEAN만 보더라도 세계인구의 31%, 세계 GDP의 20%, 세계교역의 2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 Summit)> 참가국인 미국, 러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까지 합치면 동아시아는 그야말로 세계 안보와 경제의 중추지역으로서 우리가 불릴 만하다고 봅니다.
이제 동아시아는 세계질서 변화의 중심축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미래는 역내의 평화와 번영은 물론이지만 지구촌의 앞날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 포럼에서 ‘세계 속의 동아시아’를 토론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깊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아시아에는 그 어느 지역보다도 다양한 문화, 민족, 종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같이, 또 북미와 같이 그러한 단일한 종교와 문화권이 아니라 우리 동아시아는 매우 다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기 정치와 경제의 발전 과정도 매우 다양한 만큼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동안 APEC, ASEAN+3, 또 ARF와 같은 정부차원의 다자포럼들이 동아시아 협력을 꾸준히 모색해 왔습니다.
특히, ASEAN 10개국이 2015년까지 역내통합 목표에 합의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동아시아는 보다 성숙한 역내 협력을 통해서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한 차원 높이 끌어올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나아가 범지구적 과제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나는 오늘 ‘동아시아 공동체의 비전과 과제’라는 화두를 놓고 우리가 생각해 봐야할 지향점과 협력과제를 몇 가지만 선택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민주주의는 동아시아 미래의 정치적 공유자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인류의 자유와 번영에 가장 크게 기여한 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향한 인류의 염원은 오늘날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은 현실입니다.
최근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분출되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정치개혁 요구는 이를 웅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속도와 변화가 지배하는 글로벌 정보통신 시대에는 민주주의 발전이 훨씬 빠른 속도로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1세기 글로벌 정보화 시대에는 장기독재의 지속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존중합니다.
또 투명하고 깨끗하며,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는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노력에서 민주주의가 중요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동안 동아시아에는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지역 차원의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의 130여개 국가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공동체>에서 지역협력 실무그룹을 운영해 왔으며, 지역 차원에서는 <아・태 민주주의 협력체>를 별도로 창설하여 민주주의 증진을 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공동체>의 지역협력 실무그룹의 공동의장직과, <아・태 민주주의 협력체>의 의장국을 맡고 있습니다.
함께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경제적 불균형을 완화시키는 것 역시 동아시아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 국가 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역내의 경제적 격차는 진정한 지역 통합을 어렵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동반성장을 꾀하는 것은 동아시아 지역의 민주주의 발전을 추동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한국은 지난 11월 서울G20정상회의에서 개발의제를 처음으로 제안하였고, 이를 위한 실천방안들을 공동합의에 포함시켰습니다.
개발도상국들의 경제성장은 세계경제를 위한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개발 지원의 방향도 그간 인권, 질병, 위생 등 사회개발 이슈에 치중하던 관행을 탈피하여서 개발도상국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과감한 인프라 투자는 물론 아시아 각 지역과 국가에 적합한 개발노하우도 수립되어야 합니다.
한국은 G20의 개발의제를 아시아 차원에서 실천하기 위해, 아시아의 원조공여국 간 협력을 위한 ‘아시아 개발협력회의’를 2010년 11월 출범시켰습니다.
또한 ODA의 규모를 확대함은 물론, 수원국의 경험과 필요에 맞는 개발협력 및 지원 콘텐츠를 적극 발굴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민주적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지원도 적극 검토해 나가고자 합니다.
금년 11월에 칸에서 열리는 프랑스 G20 회의에서도 이러한 의제가 계속해서 논의가 될 것입니다.
동아시아의 공동번영과 지역공동체를 앞당기는 첩경은 개방을 통한 자유무역의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외교류를 통한 발전과 공존만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역내 협력의 1차적인 출발점은 바로 FTA를 통한 동아시아 통상공동체의 모색입니다.
현재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EAFTA, ASEAN+3로 구성)과 동아시아 포괄적 경제파트너십(CEPEA, ASEAN+6)등 폭넓은 역내 경제통합 방식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처한 국내 사정이 서로 다르므로 자유무역 증진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해와 협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상품과 서비스 교역의 장벽이 철폐되고, 나아가 자본과 사람, 지식까지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는 경제통합은 모두에게 크나큰 혜택을 약속하게 될 것입니다.
FTA는 자유무역국 상호간 경제번영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합니다.
한국정부는 최근 3년에 걸쳐 미국, EU, 인도, ASEAN, 페루 등과의 FTA를 타결함으로써 45개국과의 경제동맹을 체결하였습니다.
한국이 표방하는 글로벌 FTA 정책은 개방적 통상 국가들이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과 확신으로부터 비롯됩니다.
한국이 장차 중국, 일본과도 FTA를 맺게 된다면, 이는 한중일 공동체 시대를 앞당김은 물론 동아시아의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작년 5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들은 향후 10년간의 3국 협력 비전을 설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한중일 3국은 앞으로 FTA 추진, 지속 가능한 개발과 병존하는 기후변화 협력, 인적 왕래와 교류의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한중일 3국이 ASEAN과의 경제협력을 계속 확대해 나감으로써,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범주를 넓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금년부터 한중일 사무국이 서울에 설치되어 한중일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이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동아시아의 안보협력입니다.
안보협력은 국가 간 신뢰관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안보협력은 평화를 보장할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지난 20세기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여러 전쟁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극복하고자 화해와 협력의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며, 역사, 영토, 영해를 둘러싼 불안정 요인이 잔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은 남북한 간의 안보문제를 넘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세계의 반확산 레짐을 위협하는 현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분단과 냉전의 잔재가 해소될 때, 동북아시아는 진정한 다자안보협력을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 베트남과 같은 개방과 발전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 자신을 위한 선택입니다.
남과 북이 군사위협을 거두고 평화공동체, 경제공동체를 일구는 과정은 이웃국가 모두에게 유익한 평화통일의 토대를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번영의 새로운 블루오션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끼리 이념과 체제로 대립하고 편을 갈라 적대시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전쟁과 지배가 부를 가져다주는 제국주의 시대는 이제 더더욱 지나갔습니다.
우리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인간의 안녕과 행복을 중심에 두는 인간안보(human security)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테러, 국제범죄, 신종 질병, 자연재해 등 21세기 인간의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포괄안보(comprehensive) 이슈에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정부 차원은 물론 전문가그룹, NGO 등 민간차원에서도 초국가적 안보 이슈에 공동대처하기 위한 동아시아의 협력안보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동아시아의 미래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경제든, 안보든 어떠한 역내 문제도 어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협력하고 책임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한국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되었으며, 이러한 성취의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따뜻한 지원과 협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이 지향할 Global Korea 외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라를 적극 돕고,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하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신 여러분들께서도 오늘 말씀드린 21세기 동아시아의 과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기여해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여러분 각자의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역내 국가들의 노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저도 첫 세션 한 시간 여기 앉아서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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