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비정규직 노조가입, 봇물 이룰까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무기계약직 노조가입을 추진하면서 여타 은행 노조에서도 이에 동참할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무기계약직, 이른바 로즈텔러들을 노조에 가입시키기로 하고 개별 가입 신청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반대를 위한 향후 투쟁의 일환으로 조직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외은 노조는 지난 17일 대의원대회에서 이같은 사항을 결의했고 이에 따라 2월 이내에 로즈텔러 1200명의 가입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보헌 외은 노조 전문위원은 “애초부터 추진해왔으나 산적한 현안 때문에 지연됐던 것”이라며 “조직력 강화와 추진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은 1년단위 계약기간을 무기한으로 변경하고 계약만료시 평가해고 사항을 없앤 것을 제외하면 정규직과 업무수행, 처우 등이 비슷한 고용형태다.

무기계약직의 노조 가입은 지난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은행권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대거 일어나며 함께 추진돼왔다.

가장 먼저 물꼬를 튼 곳은 우리은행으로 2007년 3월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화하면서 노조가입도 완료시켰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12월말 정규직 조합원 1만여명에게 찬반투표를 실시해 무기계약직의 노조 가입을 허용했다.

IBK기업은행도 2009년에 찬반 투표를 통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노조가입이 허용됐고 가입도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 무기계약직의 노조가입이 허용되지 않은 곳은 신한, 하나, SC제일, 외환은행 등이며 이 중 SC제일은행은 올해 내 무기계약직 노조가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SC제일은행의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대의원대회나 현장에서도 무기계약직 노조가입을 허용하자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며 “다음 달 중앙노동위원회가 열리면 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최근 국민은행 구조조정 때 비정규직 1500명이 나가는 등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전환의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구조조정 시 대상에 오를 확률이 높다”며 “하지만 노조에 가입하면 일정부분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 이는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