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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세 길어지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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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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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쓰는 민중봉기의 세찬 모래바람에 휩쓸려 세계 석유 수급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석유사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석유값은 원유생산의 현재 조건과 미래 기대에 의해 움직인다. 석유시장은 뜻밖의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바라크의 갑작스러운 실각, 리비아, 바레인, 예멘, 이란, 알제리의 소요로 인해 석유값이 20% 뛰었다. 하지만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현재 확산중인 소요사태가 1973년 석유금수(禁輸), 1979년 이란혁명,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유사한 충격 수준으로까지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석유가 나는 지역은 이전의 여러 위기 때보다 지금 더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석유는 걸프 주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때 이래 석유생산지는 라틴아메리카, 서아프리카 등지로 확대되어 왔다. 러시아는 2009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생산국이 됐다. 세계 석유생산에서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대 중반 54%에서 현재 40% 남짓으로 줄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석유공급원(源)이 더 다양해졌다고 해서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현재 세계 석유시장은 빠듯하다.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고 아시아가 성장에 속도를 냄에 따라 석유 수요 감퇴기에 비축해 두었던 여유분 재고는 빠르게 소진돼 가고 있다. 지난해 하루치 세계석유 수요는 270만 배럴이나 늘어 8800만 배럴에 이르렀으며, 올해 다시 170만 배럴 늘 것으로 도이체방크는 예상한다. 많은 산유국들은 생산시설을 전면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OPEC내에는 생산여력을 가진 나라가 몇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리비아 유전에서 더 이상 원유를 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리비아의 주요 고객인 유럽의 원유 수입상들은 리비아에서 잃은 원유를 벌충하려 사우디로 고개를 돌리게 될 것이다. 사우디가 증산에 응하면 몇 주 안에 문제는 해결된다.

OPEC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600만 배럴을 증산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분석가들은 이를 약간 과장된 것으로 본다. 실제 증산 가능 물량은 400만~500만 배럴이며, 그 중 300만~350만 배럴을 사우디가 감당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표 참조).

이 정도 증산분은 리비아의 하루 생산량 170만 배럴을 벌충하고도 넘친다. 하지만 이처럼 여유분을 퍼올려 쓰고 나면 나중에 석유값이 폭등한다는 것이 문제다. 노무라증권 분석가들은 알제리 한 나라만 수출을 중단하더라도 여유분은 모두 상쇄되며 유가는 220달러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석유값이 오르고 있지만 사우디는 여간해서 증산을 하지 않으려 한다. OPEC은 현재 세계 석유공급에 문제가 없으며 석유값은 배럴당 100달러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OPEC가 산유국들의 가격담합 기구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사우디의 이런 태도는 당연하다. 석유 거래상들은 사우디가 몰래 증산을 하거나 OPEC가 비상회의를 소집해 국가별 생산쿼터를 늘려 가격을 안정시켜 주기를 바라고 있다.

석유값과 관련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우디의 공급 자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사우디의 이웃나라 바레인에서 소요가 끊이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 바레인은 석유생산량이 미미한 섬나라지만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해상운송로인 걸프만에 위치해 있다. 걸프만을 통해 세계석유의 18%가 수송된다. 걸프만 방어를 기본 임무로 하는 미국 제 5함대의 기지가 바로 바레인에 있다.

1970년대 석유위기에 크게 놀란 각국은 이후 석유를 비축해 왔다. 미국은 7500만 배럴의 원유를 전략비축유로 구축해 놓았으며 중국도 나름대로 석유를 비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세계 전체의 비축유 분량을 43억 배럴로 추산한다. 이는 세계가 40일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석유위기의 심각성은 얼마나 많은 석유가 얼마나 오래 공급되지 않는가로 가늠한다. 설사 지진이 나더라도 공급이 오래 끊기는 일이 없을 만큼 석유는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란의 사례는 일이 꼬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싱크탱크인 세계에너지연구센터에 따르면 혁명 이전 이란은 하루 6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370만 배럴만 생산한다. 국왕 팔레비를 쫓아낸 혁명세력은 서양 석유기술자들도 함께 추방한 뒤 석유생산량을 대폭 줄였다.

세계는 석유값의 단기 급등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석유값 고공행진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것은 이제 막 경기침체에서 회복하기 시작한 선진국들은 물론 고속 성장 중인 신흥국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아시아의 강력한 석유수요는 중동의 중요성을 새삼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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