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지젤’ 리뷰>한바탕 꿈으로 남겨진 로맨틱 발레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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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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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레 ‘지젤’ 리뷰>한바탕 꿈으로 남겨진 로맨틱 발레의 꽃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안개 사이로 시야가 뿌옇다. 푸른 불빛 아래 윌리(결혼 전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들의 군무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무대 위엔 묘한 긴장감마저 감돈다.

 

‘지젤’의 2막은 그렇게 시작됐다. 생동감 넘치던 아기자기한 1막의 기운은 사라지고 냉랭하면서도 서정적인 기운이 넘쳐난다. 일정한 배열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에너지가 관객들의 숨을 멎게 한다.

 

5일동안의 전 공연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한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마치 한바탕 꿈을 꾼 듯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막을 내렸다.

 

지젤은 19세기 낭만주의의 흐름을 타고 탄생한 ‘로맨틱 발레의 꽃’이다. 1막의 극적인 이야기와 2막의 화려한 군무로 유명하다.

 

시골처녀 지젤이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죽은 후 윌리가 되어 숭고한 사랑의 힘으로 그를 죽음에서 구해준다는 줄거리이다.

 

라에티시아 퓌졸의 지젤은 가히 우아하고 품격 있었다. 손끝 하나하나에서 발끝 하나하나까지 그 섬세한 몸놀림은 작은 떨림을 타고 때로는 수줍게 때로는 몽롱하게 무대를 감싸 안았다. 뛰어난 기술과 풍부한 감정처리는 관객들에게 매끄럽게 지젤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마티아스 에만의 알브레히트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에너지 넘치는 듯 하면서도 절제된 동작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젤을 향한 애처로운 사랑의 움직임은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하나의 ‘종합예술 무대’였다. 단지 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세트, 의상, 조명 그리고 음악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지젤의 무대와 의상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제작됐다. 섬세하고 우아한 의상은 작품의 생기를 더한다.

 

또한 배경작화는 19세기 낭만주의 화풍을 충실히 살려내 마치 극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조명과 음악도 때론 아기자기함을, 때론 몽환적임을 나타내며 프랑스풍의 오리지널 무대를 살려낸다.

 

발레리나들이 반드시 거쳐야할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는 지젤, 그리고 파리 오페라 버전의 드라마틱한 국립발레단의 연기와 춤. 이 두 만남은 깊었던 겨울의 끝자락을 살며시, 그리고 강렬하게 장식하며 사라졌다. 아니 그렇게 관객들의 가슴속에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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