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에서 10만으로 추산되는 군중이 주말인 지난 26일 미국 위스콘신주 주도 매디슨의 주 의회 건물을 둘러싸고 예산수정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매디슨=AFP연합】 |
(아주경제 송철복 기자) 세계의 눈과 귀가 온통 리비아로 쏠린 가운데 요즘 미국 곳곳에서 색다른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각지의 이 항의 시위는 위시콘신주 주도인 매디슨의 주 의사당 주변에서 이 지역 공무원들이 공무원 노조 약화 법안에 항의해 2주 가까이 열어 오고 있는 항의집회에 대한 동조 시위다.
공화당 소속의 위스콘신 주지사 스콧 워커는 도서관 사서에서 제설차 운전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무원에게서 수당과 근로조건 등을 다루는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것을 포함한 ‘예산수정법안’을 제출했다. 워커 지사는 2011~2013년 주정부 예산적자가 36억 달러로 예상된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지방 정부들이 단체교섭의 부담에서 벗어나면 심각한 예산 부족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한결 융통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상원은 지난 17일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아 의사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위스콘신주 상원은 공화당이 19석으로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지만, 의사 정족수인 20석에는 1석이 모자란다. 민주당 의원 14명은 본회의 무산을 위해 위스콘신주를 떠나 있는 상태다.
이 법안이 공개되자 민주당 정치인들과 노조들이 미국 전역에서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이 법안이 노동자 권리를 짓밟는 것이라면서 이는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파괴하려는 책동이라고 펄펄 뛰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주도 덴버에서 열린 항의집회에 참가한 교사 제이 반 뢰넨은 “위스콘신 덕분에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됐다”면서 “사람들이 노조에 더 관여하게 됐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덴버 집회에는 약 1000명이 참여했다.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 집회에는 수천 명이 몰렸다. 오하이오에서도 주의회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검토중이다. 인디애나 주에서는 노조가입을 고용의 조건으로 삼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공화당 의원들이 제출했으나 지난주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차단됐다.
미국 각지의 항의집회에 등장하는 구호는 “우리는 모두 위스콘신 사람들이다”에서부터 “노동자의 권리는 인권이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단결하면 우리는 흥정하지만 분열되면 우리는 애걸한다( United we bargain, divided we beg)”처럼 운율을 맞춘 것도 있다.
이번 시위의 진원지인 매디슨의 경찰 대변인 조엘 드스페인은 26일 주의회 광장에 집결한 군중이 그 전 주말의 7만명보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디슨의 시위대는 비행기 조종사 제프 스카일즈가 등장해 연설하자 환호했다. 스카일즈는 2009년 1월 고장난 유에스항공 여객기를 뉴욕시의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무사히 탈출시켜 영웅이 된 인물이다. 그는 이날 “정의는 언제나 이긴다”고 소리쳐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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