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비아 유혈사태에 침묵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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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2-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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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문화평론가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이라는 저서에서 "현대 사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참사들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셀 수 없이 많아졌다"며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전쟁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봤다고 말했다.

즉 전쟁이나 참사를 겪어보지 못한 누군가는 지구촌 어디에선가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 그저 ‘영화’같기만 한 ‘스펙터클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국제 사회의 분쟁이나 시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것을 느낀다. 중동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인 ‘민주화’를 위해 피를 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로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들을 ‘돈’과 ‘이익’으로 환산하고 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반정부 시위로 인해 국제유가가 얼마나 오를 것이고, 또 주가는 얼마나 떨어질 것이며 이는 삶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외국 언론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도 발빠르게 보도하고 있다.

그동안 리비아 사태에 대해 아무말 하지 않아 비난을 받아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 26일(현지시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직접 카다피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유혈 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리비아인이 2000여명을 넘어서게 된 후였다.

계산에 바빠 제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은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리비아의 유혈 진압에 어떤 공식 성명 하나 없이 입을 닫고 있다. 리비아에서 우리 기업 43개 업체가 217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진행중인 것이 큰 이유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수전 손택은 "스펙터클이 아닌 실제의 세계를 지켜가야 한다"며 양심의 명령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면 카다피 정권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비인도적 범죄행위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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