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하/아침/Oil on Canvas / 72.7 x 90.9 cm/2003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옛 반도화랑 명성을 되찾을수 있을까. 거의 반세기만에 반도화랑자리에 새로 문을 여는 롯데호텔갤러리 개관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롯데호텔갤러리는 비컨갤러리와 손잡고 오는 3월 2일 '1956 반도화랑,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발견'을 주제로 개관기념전을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근현대 미술의 살아있는 전설' 김종하 백영수 권옥연등 원로화백이 총 출동, 신-구작 30여점을 선보인다.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 문을 연 '롯데호텔 갤러리'는 지난 1956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상설화랑이자 상업화랑인 반도화랑이 있던 자리.
반도화랑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태동한 곳으로 시대적 사정상 몇 년 만에 문을 닫았지만, 폐관 40여년이 지나 같은 자리에서 다시 부활하게되는 셈이다.
롯데호텔 갤러리측은 "이번 개관전은 ‘반도화랑’을 회고하고 반도화랑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한 취지에서 기획됐다"며 "호텔을 찾는 국내외 고객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이 갤러리는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사진등 작품을 연중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개관전은 옛 반도화랑과 함께 했던 원로화백들을 모았다. 김종하(94), 백영수(92), 권옥연(89), 황용엽(81), 윤명로(75)등 5명의 원로화백의 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을 살펴볼수 있는 자리다.
전시에 참여하는 김종하, 백영수 화백은 국민화가 박수근,이중섭, 장욱진등과 일본 동경, 6.25전쟁 중 부산 피난지, 서울 등에서 같이 활동하던 동시대 작가들이다.
특히 김종하 화백은 65년 반도 화랑 개관당시 박수근과 함께 2인전을 열었던 주인공.
94세의 나이,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김화백은 "화가는 화가로서만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작가의 원칙론을 고수하며 작업의 욕심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그는 "2030년까지 그릴 작품계획을 세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화백의 작품은 현실과 초현실을 아우르는 폭넓은 작품세계로 사랑받고 있다.
1937년 동경제국미술학부에 입학 41년부터 본격적인 회화작업을 한 김화백은 56년 프랑스 파리에 유학하면서 서양화에 매료됐다. 지난 82년 프랑스에서 주는 루벤스훈장을 받았고 대한민국예술원미술상을 수상했다.
백영수/창가의 모자 /Oil on Canvas /60 x 73 cm/1988 |
92세의 백영수 화백은 김환기, 유영국, 장욱진, 이중섭 등 신사실파 동인중 유일한 생존 작가이다.
지난 1월, 33년간의 파리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왔다. "보고싶은 사람이 모두 떠났다"며 아쉬워하는 백화백의 이번전시는 귀국후 국내에서 갖는 첫 전시다.
백화백은 50,60년대 어수선한 사회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하다 70년대 후반 이후 돌연 프랑스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이후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움과 애잔함이 가득한 백화백의 작품은 고개를 모로돌린 아이가 특징이다.
백화백은 "그림은 내 인생의 또 다른 자유의 세계"라며 "아직도 그리고 싶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권옥연/달밤/ Oil on Canvas / 162.2 x 130.3 cm/2011 |
권옥연 화백은“화가는 제대로 된 작품을 남겨야 한다”는 작가정신이 투철한 화가다. 구순을 앞둔 나이에도 "아직도 그림이 무섭다"며 이번 전시도 힘들게 참여했다.
그는 "프랑스 작가 조르지 루오가 죽기전에 4000~5000점의 작품을 태웠다"면서 "이제야 그 마음을 이해할 수있다. 내 작품도 모두 태우고 싶다"고 말했다. 권화백의 작품은 동서양의 감성적 깊이와 차이를 한 화면에서 보여주며 서구적 색감의 바탕에 동양의 향토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전통적인 오일(유화)페인팅 작가로 마티에르의 특성을 잘 살리는 작가로 평가되어 있다.
황용엽/어느날 /Oil on Canvas / 80.3 x 100 cm /2009 |
황용엽 화백은 평생 사람을 소재삼아 그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굴레에 갇혀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불안정한 주인공의 내면을 대변하듯, 얼굴은 역삼각형이다. 간혹 등장하는 눈은 커다랗게 부릅뜨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황화백은“전흔에 시달리고 빼앗긴 사람들의 벗겨진 상태의 모습들이 언제나 나를 되새기게 한다”며 전쟁의 트라우마가 작품의 화두다.
한국전쟁 이전 평양미술대학에 잠시 다니다가, 1951년 1.4후퇴 때 고향을 떠났다. 서울로 내려온 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력 덕분에 남과 북의 미술 교육을 체험한 거의 유일한 생존 작가이다.
윤명로/바람 부는 날 MIX-0125 /Acrylic, iridescence on Cotton/ 100 x 80.5 cm/2011 |
윤명로 화백은 1960년대부터 우리나라에 번진 전위적인 추상화 운동인 앵포르멜(Art Informel)에 참여해 현대 미술의 획기적인 한 장을 넘긴 주인공이다. 그의 족적 자체가 회화 재료가 어떻게 동양의 전통적 미감과 유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추상화가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판디안 중국미술관장은 "윤명로는 마치 신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듯 아크릴 매개와 산화철분을 사용하여 행운유수처럼 화면을 자유롭게 다루는 경지에 이르렀다"면서 "폴 세잔는가 끊임없이 생 빅토와를 산을 해체했던 것처럼 그는 창밖의 북한산을 수없이 바라보면서 마음과 손이 일체가 되어 철화백자와 같은 질감으로 동양문인화의 현대적 모습과 보편적 특성을 견인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 작가들은 일제시대와 6.25의 참화로 제대로 된 교육이나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유학 등 변화와 혁신을 자신들의 행동 양식으로 삼아, 한국 근현대미술의 아젠다를 일으켜 세운 작가군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씨는 "한국 현대미술을 국내외에 알린 첫 관문이던 반도화랑을 근 반세기 만에 새롭게 재개관하는 자리에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결정적 전환기’를 직접 체험한 원로화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반도화랑의 재개관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를 살펴볼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번에 작품을 출품한 원로화백들의 작품값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정택 비컨갤러리대표는 "작품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작가별 호당 100만원~1000만원선에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비컨갤러리는 롯데호텔갤러리 개관기념 2부를 4월 한달간 주관해서 롯데호텔 갤러리 및 용산 비컨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한다. 1부개관전은 3월 30일까지. (02)759-7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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