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야당의원은 윤 장관이 전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내면서 저축은행 부실을 야기한 단초를 제공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윤 장관은 2006년 금감위장 재직시 우량 저축은행인 이른바 '8ㆍ8클럽'에 대해 여신한도를 확대해 부동산 PF대출 비중을 급격히 늘리게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윤 장관의 발언은 현 사태의 위중함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취임한 지 두달여 동안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전격적인 사태대응에 경제부처 최고수장이 느꼈을 자괴감이 어떠했으리라는 것도 짐작이 된다.
지난해 말 개각 이후 윤 장관을 위시한 지휘체계로 최고의 화음을 자랑할 것 같던 경제부처간 정책조율 작업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물러나겠다"는 그의 말을 액면그대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저축은행 PF 대출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정치적인 판단의 잘못만으로 그렇게 몰아가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부동산 활황기였다는 이유로 당시의 대처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진행됐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저축은행에 부여된 역할이 녹녹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서민경제를 최우선으로 놓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서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저축은행의 역할은 관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진 이후 경제 부처 어디에서도 이같은 지경에 이르기까지 정부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반성을 들은 바가 없다. 차제에 경제수장으로서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영이 설 지경이다. 그렇지 않고서 대국민 소통을 추구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미래기획위원회 포럼 연설에 앞서 윤 장관의 발표문을 놓고 실국간 벌인 해프닝은 소통부재가 가져올 수 있는 폐해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브라질 외 국가에서 도입된 적이 없는 이른바 '토빈세'가 국내에 도입됐다면 사실상 정부가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큰 혼란을 가져다 주었을 지 생각만해도 등에 땀줄기가 흘러내린다.
윤 장관은 3.1절에 재정부 직원들에게 띄운 이메일 편지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느슨해 질 수 있는 조직내 분위기를 추스렸다. 윤 장관은 편지에서 직원들에게 '현장'을 특히 강조했다.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정책 하나하나가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매일매일 통상적이고, 으례히 이뤄지는 일이겠지만 국가적으로는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다. 세심하게 현장을 둘러보고,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내 직원들에 대한 영(令)을 세우기 위해 더없이 좋은 방법이 정책입안자로서의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다. 이게 또한 대국민 소통을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자세와도 맞닿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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